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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상세
ㆍ작성일 2006-08-18 (금) 12:59
ㆍ추천: 0  ㆍ조회: 521      
ㆍIP:
Re..샤모니의 세 번째 이야기

이름: 이상세
2006/8/5(토)

제목 : 샤모니에서의 마지막이야기  


샤모니의 세 번째 이야기

7월4일 몽블랑 그리고 ...

밤사이에 내리던 우박과 천둥소리에 잠을 깨기를 여러 번 등반은 가능할까 염려스러웠지만 새벽같이 등반준비를 한다.   스프에 라면 하나를 넣은 그 죽과 딱딱한 빵을 억지로 씹어 넘기고 출발 한다.   새벽 4시 50분이다.  저 멀리 삼각 봉 쪽으로 예의 그 랜턴 불이 길게 꼬리를 잇고 있다.  우리의 출발이 늦은 것이다.  저 랜턴 불빛의 꼬리를 물기위해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이십여 분을 내려가서 다시 오르막길로 접어드는 순간  
'허거걱 '    아이젠을 두고 왔다.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어찌할까... ’
 ‘어쩌긴 뭘 어째 되돌아가야지’   학재보고 먼저 가고 있으라 하고 뒤돌아서서 우리의 텐트로 부지런히 되돌아간다.  그러나 그것은 마음뿐 숨은 턱에 차오르고  다리는 후둘 거린다.  헉헉대며 탠트로 되돌아오니 아이젠만 덩그러니 텐트를 지키고 있다.  아이젠을 챙겨서 다시 출발을 한다.
  삼각 봉 초입에서 간신히 학재와 합류를 한다.   그곳에서 셋이 안자일렌을 하고 본격적으로 따궐 봉을 향해서 오르기 시작한다.   몽블랑 까지는 따궐(4,248M) 그리고   몽마디(4,466M)를 지나야 몽블랑(4,810M)이 나온다.
 길은 초입부터 경사도가 육십 도는 넘어 보이는 설벽이 이어진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오른다. 벌써 다른 팀들은 보이지도 않는다.  두 세 시에는 등반을 시작했으리라,  헉헉대며 두 시간에 걸쳐서야 따궐의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 상에 오른다.  따궐의 정상 옆으로 이어지는 기다란 완만한 능선,  그리고 두 번째 봉우리인 쟝모디가 버티고 있다.
 완만한 능선의 끝에는 다시 직벽과 같은 벽이 서있다.  그 곳을 넘어서야 몽블랑이 보이리라.  점점 벽에 가까워질수록 선명히 보인다.  저곳의 상단은 한낮에는 물이 흐를 것 같다.  설벽 보다는 빙벽에 가깝다.  상단에는 육십 미터 정도의 고정로프가 설치되어있다.  고정로프와 피켈에 의지해서 벽에 완전히 올라서니 몽블랑이 보인다.  아주 가까운 것 같지만 얼마나 걸어가야 할지는 가 봐야 안다.  벌써 아홉시를 지나고 있다.   우리의 걷는 속도도 늦어진다.
 고도는 4,300미터가 넘었으리라.  한없이 길게 느껴지는 길을 구불구불 말티 고개 넘어가듯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오른다.  벽이 워낙 경사가 심해서 바로 올라가지 못하고 좌우로 진동을 하면서 오르는 것이다.  그래도 꾸준히 걷는 한 정상은 나온다.
 11시 30분에 정상에 오른다.   베이스를 출발해서 여섯 시간 사십 분 동안 걸어서 오른 것이다. 지도상으로는 오키로 정도였는데 고도차가 천 삼백 미터가 넘어서 그런가보다  약  삼십 분간 정상에 머물며 알프스의 정경에 빠져서 여유를 부리다 하산을 시작한다.  
그런데 약 오십 미터 내려와서부터 비명소리가 절로난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상황이 벌어진다.  두 걸음만 옮겨도 아이젠에 신발만하게 눈이 달라붙는다.  강렬한 햇살에 눈이 녹아서 달라붙는 것이다.  한발을 옮길 때마다 피켈로 눈을 털어내야 한다.  그것을 무시하고 그냥 가려다가 몇 번이고 나동그라질 뻔 한다.  이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왜 새벽 두 시경에 사람들이 등반을 시작하는지 절실히 깨닫는 순간이다.    
  결국은 한발 옮길 때마다 피켈로 신발을 두드린다.    쉭   딱   쉭   딱....  
  시간이 무척 걸린다.   수통에 물도 떨어졌다.  세 명이서 일 리터짜리  물통 두 개만 가지고 등반을 했는데 워낙 햇살이 강해서 물이 떨어진 것이다.  지친다.  세 시간이면  충분히 내려간다고 생각을 했는데...   갈증이 심해서 결국은 눈을 마구 퍼먹는다. 배탈이 나도 몰라... 당장이 급하다... 피켈로 내발을 때리기를 수 천 번 ...  
 피켈이 곰보가 되었다.  결국 다섯 시간 만에야 베이스로 되돌아온다.  다리가 후둘 거린다.  
 “몽블랑” 아주 쉽게 보았다가.  곰탱이가 되었다...  이상세 곰탱이...

7월 5일

 몇 일째 밤에는 심한 천둥과 함께 우박이 간간히 쏟아진다.  그래서 밤에는 시끄럽다.  어제 등반의 피곤함으로  아침 여덟시에 일어나서 빈둥대는데 열 시경 정승권씨가 방문을 했다.  하산길이란다.  에귀드미드 북벽을 등반하고 올라와서 어제는 삼각봉을 등반하고 하산 길이란다.  그들은 코스믹 산장에서 머물렀는데 산장에서 몇 일간 날씨가 더 나빠진다고 해서 내려간단다.
 그래서 우리도 계획보다 하루먼저 내려가기로 한다.  서둘러 아침을 먹는데 학재가 에귀드미드 우측 벽을 등반하고 싶단다.   고집을 피워서 7월 2일에는 좌벽을 등반하게 하더니 웬 등반 욕심은 그리 강한지.
 우리는 암벽화가 없다. 짐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암벽화를 밑에 두고 왔다.  그래서 암벽을 하려면 비브람을 신고해야한다.  그래도 등반을 하고자 하는 그를 보며 한편으로는 부럽다.  그 열정이...
 그러면 에귀드미드 케이블카가 다섯 시 삼십분  이후에는 운행을 안 하니 세시까지만 등반을 하고 내려오라고 하고,  나는 텐트 말리고  철수 준비를 한다.  정확히 세시에 가운데 루트의 가장 어려운 부분의 등반을 마치고 학재가 내려온다.
 남은 라면 세 개를 모두 끓여 먹고 출발을 한다.  그런데 참 묘하다.  클라이밍을 하던 사람들이 모두 철수를 했다.  우측 벽 상단에만 한 팀이 넘어가고 있고,  다른 팀은 한 팀도 안 보인다.  텐트도 우리가 마지막이다. 모두 날씨가 나빠지는 것은 맞는가 보다고 이야기를 하며 출발하는데 구름이 꽉 끼며 우박이 조금 날리는 것이 심상치 않다.    발길을 재촉한다.
 우리가 에귀드미드로 다시 오르기 위해서는 약 오백미터정도 완만한 벽을 오르면 칼날 능선이 나온다.  이 삼 백 미터의 거리인데 내려 올 때 경험 했듯이 좌우가 살벌하다.  오르면서 좌측은 그래도 산 안쪽이라서 안심이지만 우측은 바로 샤모니다.
 그 완만한 벽을 올라서니 쏟아지는 우박에 아파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서둘러 윈드쟈켓을 꺼내 입고 바라클라바와 모자를 뒤집어쓴다.  그러나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휘몰아치는 바람과 함께 옆으로 때리는 우박 그리고 번개 천둥소리에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번개의 번쩍임과 함께 가마솥 기름에 무언가를 튀기는 소리가 온 천지를 뒤덮는다.  옆에서 때리는 우박에 너무 아파서 왼손으로는 좌측 귀와 얼굴을 가리고 오른 손으로는 피켈을 눈에 박아가며,  발걸음을 최대한 높인다.  심장이 튀어 나올 것 같다.
 도대체 얼마나 남은 것인가 하고 위를 쳐다보는 순간 입이 딱 벌어진다.
  “오  마이갓 저것이 무엇이다냐”  기름튀기는 소리와 함께 주위가 환해지며 에귀드미드 탑이 거대한 광선 검으로 돌변한다.  저 탑이 전기를 빨아들이는 것이다.
 순간 온갖 상상이 머리를 스친다.  저거 한 방 맞으면 아무것도 안 남으리라.   학재를 뒤돌아본다.  물어보고 싶다.
  ‘학재야 피켈은 전기가 안 통 하냐?’   안 통할 리가 없지  피켈을 버릴까 한다.  버리고 싶다.  그러나 바람이 너무 강해서 피켈이 없으면 한 발자국도 옮길 수 없다.
 할 수 없다.  죽으나 사나 최대한 빨리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일단 저 기름튀기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 한 나는 무사한 것이라고 위안을 하며 기계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속으로 헤아린다.
 하나 둘... 백   ‘ 다왔나?...’  ‘으이그 아적도 남았네 다시 하나 둘... 백...’  속으로 되 뇌이며 허덕댄다....
 드디어 얼음 동굴이 나온다.  ‘ 와! 살았다... ’  얼음 동굴로 구르듯이 들어간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희희낙락하며 케이블카를 타러 간다.  그런데 관리인들이 우리를 제지한다.  바람이 너무 강해서 옆 건물로 가는 다리를 건널 수 없으니 기다리란다.  그래도 상관  없다. 건물이야 무너지겠어?  잠시 여유가 생겨서 주위를 돌아보는데 남자 둘에 여자 하나가 암벽화를 신고 반팔 반바지에 서로의 안자일렌을 풀지도 못한 채 널 부러져 있다.  우리가 베이스에서 출발 할 때 상단을 넘어 가던 팀이다.  쏟아지는 우박에 얼마나 아팟을까...  나는 바라클라바에 모자를 쓰고도 무척 아팠었는데...
 드디어 바람도 줄어들고 관리인들이 우리보고 건너가란다.  표를 끊으려고 하니 그냥 가란다.     오잉!!!  이게 웬일???      대기실에 가보니 사람들이 꽉 차있다.  서로 부둥 껴안고 울고 있는 사람도 있다.   케이블카가 운행 정지되고 번개가 칠 때 이 건물 안에도 무척 시끄러웠었나 보다.   관리인들이 우리보고 먼저 내려가란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우리의 입은 얼마 전의 상황을 잊고 입이 함박 만해진다.
 차비도 안 받고 먼저 태워서 내려 보내주고,,,  
 백유로 굳었다.
 신난다!. 우리는 오늘 백유로 만큼 외식하자!
 
 
 이십 여일간 돌로미테로 샤모니로...  예전에 종성이형,동균이,인석이가 알프스 갈때 군에 있었습니다.  그때 참 부럽게 생각을 했었는데 우연치 않게 저에게도 기회가 와서  참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행복하게 돌아 다닐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제가 있게 해준 HAC식구들께 늘 감사의 마음을 지니고 삽니다.
 그리고 방주연  고마버... 다음엔 킬리만자로로...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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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세: http://blog.paran.com/trans550?p_eye=blog^hom^bgi^blo^mainblog이곳으로 가보면 등반사진을 많이 올려 놓았습니다.  -[08/05-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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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석: 에귀 디 미디봉 올라가는 능선이 장난이 아니죠. 바람에 우박까지 쏟아진 상황이었으면 눈에 선합니다. 욕봤습니다.^^  -[08/05-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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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교: 역시 알프스의 최고봉이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군요.  등반기 잘 읽었습니다. 아~~ 언제나 함 가볼까나?  -[08/07-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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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상세형 고생 많으셨습니다. 에베레스트 보다 더 고생하신 것 같은데. 자칫 광선검이 실수라도 했으면 ... 아찔하군요. 알프스 ,죄지은 사람은 가면 안됩니다.   -[08/07-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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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교: 블로그에 가서 사진 잘 봤습니다. 상세형 등반기, 이영준씨의 e-Mountain지 8월호 기사, 그리고 블로그의 사진들을 보니 모든 그림(?)들이 짜맞추어 지더군요.ㅎㅎㅎ  우박의 손톱만한 얼음덩어리 장난이 아니군요. 헐!  -[08/07-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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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재: 등반기 너가 써야할것 같은디 어영부영 그거 다 기억하네 ㅋㅋㅋ  -[08/08-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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