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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정무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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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04-06-15 (화) 1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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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1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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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I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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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톱을 서다...
오늘은 50년대 산악스키부 원로 선배님들과의 합동산행이 있는 날이다.
원정팀 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05:30에 일어나 6번 종점에 도착하니 07:30분, 30분이나 일찍 도착했으니 아침먹고, 커피한잔 하고, 반바지로 갈아입고 느긋하게 나서니 병웅이가 보인다.
잠시후에 종민과 진호 도착, 인석(82)은 벌써 대슬랩 아래 도착했단다. 부리나케 택시를 타고 도선사 주차장을 거쳐 대슬랩 아래 도착하니 인석이는 벌써 장비를 다 챙기고 여유를 즐긴다.
가만, 사람이 5명인데 로프가 2동이다. 고독의 길, 인수C 등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대슬랩 아래 왔으니 간단히(?) 대슬랩을 하고 오아시스에서 취나드B 쪽으로 하강하여 고독의 길로 가자'는데 대략 합의하고 출발하려는 데 톱장이가 없다. 헉!
제일 먼저 장비를 챙긴 인석이 톱자일을 묶고 대슬랩 제일 하단부 한 5m를 올라 가더니 어째 심상치 않다. 금년들어 바위는 처음이라나? 해서 '지난주에도 바위를 했고, 클라이밍용 팬츠(7부 바지)도 장만했는데 내가 한번 톱을 서 볼까나?'라고 했더니 다들 가만 있는다. 침묵은 긍정이라고 했던가?
하여튼 톱자일을 메고 나서보니 그냥 할만하다. 그러니까 내가 대학 4학년때 설악산 빙벽에서 톱자일을 멘후로는 지금이 처음인듯 싶다. 대슬랩 제일 하단을 올라가니 그야말로 클라이머들로 만원이다. 인석이가 보더니 '형, 오른쪽으로 가시죠?' 한다. 한번도 가본적이 없기는 하지만 그냥 할 만할 듯 싶어 출발했다.
사진도 찍고, 하며 오르다 보니 어느새 오아시스, 엇, 근데 배낭에 물이없다. 가만 생각하니 아침에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놓고 그냥왔나보다. 쇼핑할때 나는 물있다고해서 안샀다는데....갑자기 물이 없다는 생각이 드니 목이 더 마르다. 날씨는 또 왜그렇게 더운지....
5명이 다 올라올때 까지 기다리며 위를 보니 갑자기 내려가기가 싫어진다. 해서 자일이 부족하니 피치가 짧은 곳으로 가보자고 대략 의견을 모으고 우정B로 출발했다.
우정B, 음 그러니까 내가 81년도 1학년 가을에 첫 톱으로 데뷔하던 그 코스구만.....24년만에 여기서 또다시 톱으로 2차 데뷔를 하게 되다니...
하여튼, 짭짤한 크랙을 무사히 건너 정침니코스를 지나오니 쌍크랙이 나오는데 앞에 팀이 5명이나 밀려있다. 왠지 좀 싱겁기도 하고 해서 두리번 거리니 왼쪽으로 밴드를 거쳐 슬랩이 보인다. '야, 저기 재미있겠다?'
인석과 종민이 올라온 후 호기있게 출발을 하긴 했는데 첫 스텝부터 여간 까다롭지 않다. 대 여섯번의 시도끝에 벤드에 올라서서 한 8m 트레버스하니 흑돌이 하나 있고 오른쪽 허리쯤에 인공으로 바위를 깬듯한 스텝이 하나 있는데 그곳을 딛고 올라서 흑돌을 밟으면 볼트에 확보가 가능할 듯 싶어 오른발을 올려보니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다.
두어번 시도하니 발에 땀도 나고 더 미끄러운데 아래를 보니 우정B 침니 코스다. '만약 슬립하면 밴드를 타고 옆으로 왔으니 팬듈럼을 먹고 저 침니속으로?' 하는 생각이 스치니 이젠 발이 안떨어진다.
에구, 이런 불상사가.....
졸지에 톱 구조작전이 펼쳐졌다. 인석이가 쌍크랙을 톱으로 올라가고, 종민이가 쥬마링을 해서 올라가 내 앞자일을 고정하고, 결국 그 슬랩을 유마링으로 오르게 됐다.
드디어 인수봉 정상, 13:30분, 정말 바람이 시원하다. 아마 헤메고 와서 그런지 유난히 그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처마바위 밑에서 점심먹으려 자리를 잡고보니 우린 물이 거의 없다. 유난히 갈증이 심한데 인석이가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계속 맥주타령을 해서 그런지 '이럴때 시원한 캔맥주 한잔 하면 정말 죽일텐데....'하는 생각이 든다.
하는수 없이 물대신 소주 한잔으로 갈증을 달래는데 옆자리의 한 커플은 현지 즉석 사라다를 만들어 먹는다. 그보다도 눈에 들어오는것은 얼음냉수, '우와 저거 정말 시원하겠다.'
염치불구하고 물을 부탁하니 즉석 사라다, 얼음냉수에 김치까지 준다. 푸짐하게 점심을 먹고 그 여유를 한껏 즐기다 하강하니 14:30분. 인수산장 밑 샘터에 내려와 물 한잔 먹으니 그 맛이 꿀맛이다.
하루재 고개에서 진우형에게 전화하니 아직 능선길이란다. 부지런히 내려와 제일먼저 가게에서 켄맥주 5개를 샀다. 하나씩 나누어 마시니 '으메, 그래 바로 이맛이야... 그 시원함이란....'
6번종점에 도착해 한 20분 기다리다 '두레박 호프집'에 도착해 생맥주 한잔 하고 있으니 50년대 주선억 선배님을 필두로 속속 도착하셔서 합류하게 되었다.
그리고 소개 및 인사, 원정계획 발표, 그리고 즐겁고 격의없은 대화, '우리는 산악인'과 'I've got six pence' 2곡의 캠프송, 우리와 30년의 차이가 있으신 선배님들의 모습을 보니 존경심과 함께 한편 부러운 마음도 든다. '과연 내가 저 나이에 저렇게 산에 다닐 수 있을까?'
그 자리에서 나는 참으로 귀한 분을 만났다. 박용근(인민군), 산악인 허영호의 대부이신 분이다. 내가 제천고등학교 2학년 겨울에 허영호를 만나고 한국산악회의 설악산 동계등산학교를 다녀오면서 산에 다니기 시작했으니 내 아버지의 아버지, 그러니까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 셈이다.
평범한 제천 촌놈 '허영호'를 산악인으로 키워낸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치 잊고 살았던 삶의 한편을 다시 돌려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시바스리갈, 발렌타인 17년, 카카오?, 생맥주 등과 더불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끝없이 이어질 듯한 분위기를 가까스로 추스르고 버스에 오르니 오늘 하루가 그렇게 뿌듯할 수 없다.
'음, 그래 바로 이기분이야.....'
 곽민종: 음~재미있구나... 박용근조부님과 함께 산행을 해볼것. 점심때 그분옆에 놓여진
보자기에 싸여진 네모난상자가 무엇일까? 무쟈게 궁금했었는데...음~과연!!궁금혀? -[06/15-16:08]-
최진우: 정답. 우전차(작설차?), 코형님과 태우형형수님 (김)종현이 그리고 저를 포함해서 몇 분은 그날 배 터지게(?) 마셨는데.. ㅋㅋ -[06/15-18:35]-
성인석: 뭔가 확보가 있어야 마음 든든한 것이 나이가 들수록(고참선배님들 죄송) 더욱 절실해 지내요. 막상 대슬럽을 넘어서는 가능해 보여도 떨어지면 바로 맨바닥에 헤딩하는 코스은 영 발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오랜만에 가볍게 톱을 자청한 무교형이 대단합니다. -[06/15-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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