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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한우섭
ㆍ작성일 2005-08-05 (금) 08:35
ㆍ추천: 0  ㆍ조회: 984      
ㆍIP:
설악산 가족산행기
안녕하십니까? 78한우섭입니다.

이번주 하계휴가 기간에 동아실을 베이스 삼아 마누라, 작은아들(승훈/중2)과 함께 설악산에 1박2일로 다녀왔습니다.
백담사-오세암-봉정암-중청(숙박)-대청-봉정암-구곡담-쌍폭동-수렴동-백담사의 회기산행코스(약26km)를 2일간 산행시간 15시간20분에 완료했는데, 산행전후 충분한 휴식을 취할수 있었기에 더욱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동아실이라는 쾌적한 장소를 제공해주신 이영수형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산행전날인 8월1일 늦은 오후 동아실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우리동기 박상훈 가족은 래프팅을 하러 나갔고, 영수형 친구분 일행 몇분이 남아있다가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저녁식사후 한숨 자고나서는 래프팅을 마치고 돌아온 상훈이 가족과 늦은 시간까지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들 삼형제와 함께 오신 상훈이 어머님께서  
"찾아온 손님들이 어느 아들 친구인지 알 수 없었다"
"산악부원용으로 매년 고추장 1단지씩 담궜다"는 말씀에
잊혀져가던 우리들의 재학생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당시 상훈이 집은 원도봉산 입구에 있어서 우리는 시도때도 없이 심지어 상훈이가 군대가고 없을때도 염치없이 고추장 등을 얻어가곤 했습니다.
물론 상훈이 동생들도 친구들이 수시로 들락거렸고요...
워낙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니까 어느 아들 친구인지 모르겠다는 말씀이지요.
어머님!  고맙습니다...




2일, 아침식사를 동아실에서 간단히 해결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백담사로 향했습니다.
전부터 오세암-봉정암 코스는 가보고 싶었지만 길찾기가 자신없어 수렴동-구곡담코스를 왕복하려 했는데, 마침 오세암-봉정암 코스를 오른다는 도사(?고무신차림)같은 보살자매를 만나 코스변경했습니다.

운동화를 신고 가려던 승훈에게 얼마 신지않은 형의 등산화가 맞는다하여 신겼더니 조금 작은 듯... 이크~   불안~~
휴식중에 등산양말을 보통양말로 바꿔신으니 아주 편하다고 하네요... 휴우~   안심~~
오세암에 도착하니 마침 점심시간인데 절에서 얻어먹는 주먹밥과 미역국이 꿀맛입니다.
오세암 정자에서 30분쯤 오침하는데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서늘...
승훈이에게 윈드자켓을 꺼내주면서 잠시 머릿속이 불안감으로 복잡합니다.
결국 끝까지 사용하지 않은 통조림이나 쌀, 비상식량(DATREX 456g) 등등 먹거리는 잔뜩인데
비상시에 체온을 유지할수 있는 방풍옷이 부실했기 때문입니다.

오세암에서 봉정암 가는길에 간식으로 삶은 감자와 고구마를 먹었는데 감자! 아주 굿~ 입니다.

아까 도사같은 보살이 하는 말이 흔히 이길을 저승길이라고도 한다던데 가야동사거리를 지나면서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가파른 급경사를 수차례 오르내리면서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지칠대로 지친 괄괄한 우리 마누라 입에서는 끊임없이 육두문자가 튀어나오네요...
"야~이 미친 X아! 산에 오르면 쌀이 나오냐~돈이 나오냐~...   ..... ..... ........ "
힘들다는 내색없이 묵묵히 발걸음을 떼어놓는 승훈이가 대견스러워 "산행을 마치면 2만원(한달 용돈) 주겠다"고 하니 화색이 돕니다.

소청대피소에서 중청대피소의 식수현황을 묻다가 중청대피소행 짐(박카스 BOX 약1kg)을 부탁받고 잠시 갈등...하다가 수락,
받아들때는 엄청 무겁게 느꼈지만 배낭에 넣고보니 별 변화를 못 느낄 정도... 잠시 갈등했던 것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중청대피소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막걸리(1리터팩)로 정상주  짠~~.
이 막걸리는 정상에 오르면 기념으로 한잔해야 한다고 마누라가 서울부터 줄곧 배낭에 넣어갔던 것입니다.
캬~~~ 짜릿한 알딸딸함으로 하루의 피로를 날려버리네요.

저녁 8시경 기상특보관련 안내방송이 내일의 산행을 긴장시킵니다.
"현재 남부지방에 큰비가 내리고 있는데 내일 북상한다고 한다. 만일 아침에 기상악화로 길을 통제하게되면 개인일정을 포기하고 오색으로 하산해달라"는 내용.
밖에 나가보니 비는 오지않지만 바람과 함께 안개가 짙게 깔려있어 내일은 우천산행을 피할수 없겠구나...
아침까지 통제가 없으면 예정대로 봉정암-구곡담-수렴동-백담사 코스를 강행해도 될까...?
수렴동대피소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갇히느니 통제는 않더라도 처음부터 오색으로 향할까...?
......
저녁을 먹자마자 깊이 잠들어 버린 승훈이 다리를 주물러주면서 머릿속이 또다시 복잡해집니다.
나만 믿고 따라나선 마누라와 아들을 확실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면서
나름대로 우천시 복장이나 악천후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밀려오는 잠 속에 몸을 맡깁니다.




3일 아침, 새벽5시부터 대피소안이 어수선한데 우리는 어차피 일출도 못 본다고 게겼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하고 일어나서 밖에 나가보니 의외로 날씨가 좋아서 대청봉이 선명합니다.
구름이 곳곳에 깔렸지만 전체적으로는 맑은 날씨로 오늘도 멋진 산행이 기대됩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빈몸으로 대청봉을 다녀오는데
어제는 지친 상태에서 오르기만도 벅차 주변경관을 감상하기엔 여유가 없었지만
오늘은 경치도 즐기면서 사진도 찍는 여유를 가져도 될 것같습니다.
대청봉과 소청에서는 운해 덮힌 내설악에 흠뻑 취하여 사진 찍느라 바쁘고
좀처럼 사진 찍히기를 좋아하지 않는 마누라와 승훈이도 자연스럽게 응해줍니다.

그러는 사이 MP3 라디오를 통한 일기예보가 또 나를 긴장시킵니다.
강원산간지역에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고...

서둘러 하산하는데 봉정암에서 또다시 주먹밥을 얻게되자 승훈이 왈 "절은 참 고마운 곳"이라고 한마디 합니다.
구곡담-쌍폭동-수렴동 계곡의 수많은 폭포와 풍부한 수량에 푹 빠지다 보니 어느새 수렴동대피소.
여기서부터는 편한 길이지만 다들 지칠대로 지친 몸이라 지루할 정도로 길고 긴 길이 힘들었습니다.

마침내 백담사.
다시는 산에 가지 않을 듯하던 마누라 왈 "내년엔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볼까..."
......?
이런 큰 산은 처음인 마누라와 승훈.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과 자신감에 젖어들면서 득의만만, 얼굴에 화색이 만연합니다.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오면서부터 빗방울이 굵어집니다.

땀으로 쉰내가 진동하여 인제에서 목욕탕을 찾았지만 수요일이라 문을 닫아 할수없이 여관에서 1만원으로 목욕만 간단히(? 나는 욕조에 더운 물 받아놓고 20분간 담궜는데도...?) 해결하고 근처에서 식사까지 마치고 동아실에 도착하니 인모형님 아들 일행이 와 있었습니다. 우리는 피곤하기도해서 일찍 잠들었지만 행여 젊은 친구들이 불편해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산행 시작부터 마칠때까지 줄곧 기상예보가 신경쓰였지만 결국 산행하기에는 최상의 날씨였습니다.
아마도 하늘이 우리의 산행을 축복해준 것이라 감사하면서 다음번 산행을 계획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PS. 어제 비 온뒤로 동아실 사우나방에 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누전차단기를 올리면 전체가 정전되거든요. 아마도 전선을 점검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화목은 통나무 1덩어리만 남았고요.
작년에 못가서 2년만의 방문인데 동아실 확 변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다음주 여름산간학교때 많이 오시기 바랍니다.




 <산행기록>
8월2일
9:00 백담주차장 도착
9:30 셔틀버스 하차 산행시작
9:35 15분휴식/ 승훈 얇은 양말로 갈아신음
10:18 백담사 1.8km
10:45 영시암 지나서 삼거리 10분휴식
12:00~13:00 오세암 도착/ 중식 및 휴식, 승훈 양말이 짧아 두번째 갈아신음
14:00 가야동계곡 사거리전 지류에서 15분휴식
     이동중에 승훈에게 산행완료후 2만원 보상약속
15:00 이정표(봉정암800m) 10분휴식
15:50 봉정암 도착 18분휴식
16:40 소청대피소 도착, 중청대피소행 짐(약1kg) 부탁받고 수락
17:30 중청대피소 도착
     저녁식사하면서 정상주로 막걸리
     기상특보 가능성 안내방송 청취

8월3일
7:00 대청으로 출발(짐 없이)
7:40 중청대피소 출발
8:13 소청대피소 5분휴식
8:40 봉정암 도착 14분휴식
9:46 쌍폭 전망대 도착 14분휴식
10:46 물가 14분휴식
11:35 수렴동대피소 도착
12:37 수렴동대피소 출발
13:45 이정표(백담사1km) 10분휴식
14:20 백담사 도착, 10분뒤 셔틀버스 승차
14:50 백담주차장

운행시간 2일 8시간, 3일 7시간20분

곽민종: 겸손과 사랑이 하늘을 감동시킨 우섭이 산행기가 아주아주 맛있네그랴^^ 내년에는 가족과함께 지리산으로...  -[08/05-08:54]-
최현길: 건강한 한우섭 가정 언제까지나  건강한 마음으로 사랑으로 가득하길 부럽군!  -[08/05-15:59]-
임미정: 날씨때문에 내내 긴장하며 읽었는 데 별 탈없이 잘 다녀오셨다니 좋네요 단란하고 화목한 가족 등반이 참 좋아보입니다 ^^  -[08/09-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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