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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정무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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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06-03-15 (수) 1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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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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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I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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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8도 혹한의 신입생 첫산행 동참기
금, 토요일 비가 오고 추워질 것이라는 날씨예보가 있어 OB산행중에는 바위하기가 어려울 듯 싶은데다 모처럼 재학생들도 토, 일 산행을 한다고 해서 상세형과 같이 재학생 야영산행에 합류하기로 했다.
토요일 저녁 10:00에 우이동에서 만나기로 하고 , 저녁먹고 느긋하게 출발, 10:00에 도착하니 바람만 썰렁하다.
저녁도 든든히 먹은지라 어디 들어가기도 그렇고 해서 차한잔 뽑아 먹으며 기다리길 무려 40분, 상세형이 도착하고 50분이 지나면서 재학생들이 도착한다.
천막을 갖은 재학생 2명과 같이 먼저 출발하여 인수야영터에 도착하니 밤 11:40, 천막 2동을 설치하니 그 때서야 재학생들이 도착한다.
4~5인용천막에 10명이 둘러앉아 가운데 삼겹살을 구우며 일단 복분자주로 간단히 목을 축이고, 이어서 1.5리터 소주를 일일이 잔에 돌릴 수 없어 코펠에 1/3쯤 부어 순서대로 돌아가며 마셨다.
마치 군에서 유행했던 ‘공동운명주’ 같은 분위기, 어차피 한 배를 탄 사람들이니 ‘공동운명주’면 어떻고 그냥 코펠술이면 어떠랴. 그저 즐겁게 한 잔 하며 선, 후배간의 정을 쌓고, 서로간에 좀 더 많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그것뿐인 것을.
예의 신고식도 하고, 간단히 캠프송도 하고, 이런저런 선배의 잔소리도 하는 사이 시간을 보니 벌써 03:30. 내일 인수봉 바위산행은 대슬랩쪽으로 한팀, 고독의 길로 한팀 정도로 정하고 아침에 다시 판단해 보자고 마무리 하고, 잠자리에 든다.
천막은 4인용 1동, 3인용 1동인데 각 천막마다 5명씩 자리를 잡으니 정말 비좁다. 길이로 못자고 좁은 폭으로 자니 다리를 뻗으면 목을 숙여야 하고, 고개를 펴면 다리를 굽혀야 하니…..
요란한 바람소리를 자장가로 들으며 잠들었다 눈을 뜨니 08:30, 저쪽 텐트에선 후배들이 아침을 하는 모양이다. 침낭을 걷고 텐트를 옮겨가니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아침준비가 한창이다.
아침식사를 마치니 09:30. 석홍덕이가 일이 있어 먼저 내려가고, 날씨는 ‘한파주의보’가 내렸는지 바람이 굉장히 심하게 불고 춥다. 이 상태로는 정상적으로 바위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신입생도 있고 또 추운날씨에 잘못 바위에 붙었다가 82. 4월과 같은 조난사고도 우려되어 코스를 인수봉 앞의 작은 릿지를 통해 백운대 슬랩으로 가서 가볍게 신입생 연습을 시키는 것으로 변경하고 출발했다.
인수산장 윗쪽 야영터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앞의 바위능선에 붙으니 날은 춥지만 양지쪽의따뜻한 느낌에 그럭저럭 할 만 하다.
그것도 잠시, 슬랩을 올라 우측으로 도니 얼음이 꽉 낀 크랙이 나오는 데 일단 경사는 그리 심하지 않은 것 같아 홍석훈이 선등을 하고, 이어 상세형, 김마루, 나 순으로 등반을 시작했다. 근데 어라! 얼음이 꽉 차 있는데다 손이 얼어 감각이 없고 장난이 아니다.
한참을 비비적 거리다 크랙을 올라서서 중간 슬링 확보한 곳에서 티블럭을 빼려 확보용 카라비너를 빼다 무의식적으로 입으로 잠깐 물었는데 입술이 쩍 달라 붙는다. “아차!” 하지만 이미 늦었다. 허옇게 입술껍질이 딸려 나오더니 피가 나온다. 이런, 이런…..
쉬운 크랙을 무지 어렵게 피를 보며 올라서니 동규형 동판 앞이다.
그때가 내가 1학년이던 81년 7월이었지, 대학산악연맹 알프스 3대북벽 원정대로 출국해 아이거북벽 정찰등반을 위해 미텔레기 능선을 올라 비박준비중 낙뢰로 사망하신 것이.
그 소식이 방송에 나오고 이를 보신 부모님께서 산에 그만 다니라고 난리가 나셨고….
얼마를 기다리니 모두들 크랙을 올라선다. 동규형 동판 앞에서 재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간단히 원정경위, 사고내용, 그리고 1년뒤 정원형의 등반내용 등에 대해 재학생들에게 설명한 뒤 묵념을 하고 기념사진을 찍는데 영길형님으로부터 무전이 온다.
“아, HAC, 우리는 영봉에 도착했는데 정무교 대답해라, 이상!”
무려 9분이나 오셨다고 한다. 대략 무전기를 통해 들리는 소리가 정겹다. 일단 인수산장을 통해 백운대 슬랩쪽으로 오시도록 말씀드렸는데 바람이 많이 불고 날이 점점 더 추워져 산행이 힘드신 모양이다.
신입생이 있어 대부분 로프를 쓰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옆으로는 50대 후반 아저씨, 아주머니 들이 지나가시고, 젊은 커플도 지나가고, 대부분 로프를 쓰는 사람들은 우리밖에 없다. 첫번째 크랙코스를 제외하면 로프 없이 충분히 갈 수 있는 릿지로 인수봉 근처에서 딱히 갈 곳이 마땅치 않을 때 가볍게 릿지하기엔 안성맞춤인 듯 싶다.
릿지 중간에 OB팀은 인수산장 윗쪽 야영터에서 점심식사 자리를 잡는다는 무전이 왔다. 날씨는 춥지만 좀 더 힘을 내서 백운산장쯤 오시면 딱 좋을 듯 싶은 데 영길형으로부터는 빨리 내려오라고 야단이시다. 그래도 신입생도 있고 이번 학기 첫 산행이라는 데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바위 한 코스는 하고 내려가야 하지 않겠는가?
백운대 슬랩 아래 도착하니 바위엔 아무도 없고, 여기 저기 둘러앉아 점심식사 중이고, 바람은 점점 더 세지고 날씨는 점점 더 추워지고…..
재학생들이 등반준비 하는 중에 장비를 챙기고 암벽화로 갈아 신으니 뭔가 부족한 듯 싶어 “상세형, 우리 따로 한 코스 가시지요?”하니 바로 “좋~~지!”
재학생들이 시작한 쉬운 슬랩 우측으로 가니 좀 더 경사가 있어 볼트가 2개 박힌 슬랩이 있는 데 바위가 살아있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문제는 추운 날씨에 풀리지 않은 몸에 맨손으로 바위를 한다는 것 정도?
일단 출발했으니 떨어지기 전에 올라가야지, 간단히 올라 확보하고 상세형, 김재웅, 김희은이가 등반하고 마무리 했다. 다시 재학생들이 오르는 코스에서 확보없이 티블럭을 이용하여 한 번을 더 오르고 장비를 접었다.
그 사이에도 영길형에게서 계속 무전이 오고….. 점심식사 하시고 추워서 인수산장에 내려가 계시다가 다시 먼저 하산한다는 통보.
원래 계획은 바위를 하면서 라면으로 점심을 먹기로 했으나 바람이 너무 세고 날이 추워져 바로 하산하기로 결정하고 상세형과 먼저 천막으로 내려왔다.
둘이서 천막을 철수하고 장비를 정비하고도 한참을 있으니 재학생들이 도착한다. 재학생들과 같이 움직이면 시간이 많이 걸려 형들이 오래 기다릴 것 같아 상세형과 먼저 출발했다.
부지런히 내려가니 형들은 세로또레 장비점에서 장비구경(?) 중이시다. 최종완(72학번)형, 신영철(75학번)형 등 새로운 얼굴들이 보이시고, 손영길(59), 곽민종(68), 김시한(70), 정성보(72), 이태우(76), 최진우(80), 그리고 손님 1분.
이태우 회장님 회사에서 만들어 처음 런칭한 버프형 목도리(?)를 착용하고 구입하시느라 바쁘시다.(사진의 영철형 머리에 쓴 스카프처럼 보이는 것 참조)
일단 18명이 들어갈 자리를 왕소금구이 집으로 잡고, 재학생들과 합류하여 산행 뒷풀이가 시작되었다. 59학번 영길형님부터 06학번 박태준군까지 무려 48년의 세대차이를 뛰어넘어 같이 술잔을 나누고 있으니 우리 산악회의 역사와 전통이 고스란히 한 자리에 녹아있는 자리가 되었다.
부산에서 올라오셔 30년만에 산행에 참석하신 종완형께서 내는 자리, ‘부산갈매기’가 아니라 ‘갈매기살’ 숮불구이로 푸짐하다.
간단히 재학생 소개 후 회장님의 건배제의, 그리고 영길형님의 건배제의가 있었고 이어서 20년만에 산행에 참석하신 영철형의 건배제의 순서, 평소 사업상 갈고 닦은 실력(?)으로 좌중을 휘어잡는데, “이상은 높게!(높게!), 우정은 깊숙히!(깊숙히!), 한양대학교 산악회를 위하여!(엘라떼, 엘라떼, 엘라떼!)” 그리고 원샷 후 다음 잔은 ‘좌에서 우로’, 중간에 일치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아 생각나십니까? 군대에서 수없이 듣던 ‘다시’, ‘원위치’……
멋지게 모든 18명의 참석자가 집중하여 마쳤으나 그게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습니다. 이번엔 ‘우에서 좌로’……. 덕분에 술 무쟈게 많이 마셨지요.
그자리엔 아침에 광화문에서 잠실운동장까지 코스에서 있었던 동아마라톤에 풀코스를 3시간 23분에 뛰고도 모자라 산행에 참석한 진우형이 있었는 데 덕분에 우린 평생 구경 못할 완주 기념메달도 볼 수 있었습니다.
OB형님들의 따뜻한 사랑과 격려, 재학생들의 열정과 존경이 버무려져 화기애애한 가운데 1차 뒷풀이가 끝나고, 영길형, 태우형 등 집이 먼 분들이 먼저 떠나시고 다시 민종형, 종완형, 영철형과 재학생들이 함께하는 2차 뒷풀이가 뚜레박 호프집에서 있었습니다.
늘 관심 갖어 주시고, 격려와 사랑을 아끼지 않으시는 형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재학생 후배들도 그들이 보고 배운 만큼 선배가 되었을 때 또 다른 후배들에게 같은 모습 보일 수 있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2006. 3. 12 정무교(81)
 최진우: 느닷없는 춘삼월의 한파주의보, 아침 8시의 체감온도가 -10.8도였는데 거의 돌풍에 가까운 바람이 쥑이더군요. 종완형, 영철형과 항상(?) 뵙는 선후배님, 재학생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03/15-13:02]-
 성인석: 추운 날씨에 같이 산행했던 산행팀도 대단했지만 진우형의 3시간 23분 풀코스 기록은 더더욱 대단합니다. 즐런 하십시오.^^ -[03/15-14:52]-
정무교: 인석아, 요즘 무지 바쁜 모양이구나, 산에 함 같이 가야지? -[03/15-15:14]-
한인석: 그래 무교야 같이 한번가자. 유타로 올래? -[03/15-19:56]-
한인석: 무교야, 내용을 참 재미있고 자세하게도 썼다. 조만간에 한국에서 보자. -[03/15-19:57]-
정무교: 헉, 제이름 위에 인석이 이야기인거 아시죠? ^^ -[03/16-14:02]-
김마루: 전 그날 정신을 잃고 부실 바닥에서 쓰러져 잤습니다.. 술자리에서 형들께 무례한 일을 저지르진 않았는지.. ^^;;; -[03/17-00:21]-
김마루: 춥고 술 많이 먹긴 했어도 정말 재미있는 산행이었습니다 영길형님, 다음주 산행(신입생환영산행)에 좋은 술 가져다 주시기로 한 약속 잊지않겠습니다 ^^ -[03/17-00:23]-
정무교: 물론 침낭속에서 잤겠지? 좀 과음하더만.... 뭐 별일 없었다. 아주 귀여웠지.ㅋㅋㅋ -[03/17-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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