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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정무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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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05-01-17 (월) 13: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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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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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I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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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대 2차 설악산 훈련등반
편안한 일상에서의 탈출과 극한상황 극복을 통한 자신감의 회복을 위해서, 그리고 에베레스트 원정대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설악산 2차 훈련등반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기간은 1. 14~16일, 원정대 선발대는 김종민 등반대장의 지휘하에 12일부터 이미 설악산에서 훈련중이다.
원정대 훈련계획은 1. 15~16일이 정상공격훈련, 간단히 소개하면 에베레스트의 C4에서 전날 저녁에 출발하여 정상(8850m)을 다음날 12:00경 등정하고 다시 C4까지 하산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상황을 설정하여 1. 15일 07:00에 비선대를 출발하여 죽음의 계곡을 통해 대청봉 정상에 오른 후 희운각으로 하산, 오후 휴식을 하고, 저녁 9시에 출발, 공룡능선-마등령-수렴동대피소-봉정암을 거쳐 2차로 대청봉을 오르고, 희운각으로 하산하여 비선대로 복귀하는 정통 무박 2일, 약 34시간의 악조건 운행 계획이었다.
상세형, 석진호와 함께 대림역에서 1. 14일 저녁 10:00에 만나 상세형 스타랙스로 설악산으로 출발한다. 가는 길에 소사휴게소 부터 운전을 교대하여 설악산 입구에 도착하니 1. 15일 01:40경, 부지런히 짐을 꾸려 02:30분에 비선대 산장에 도착하니 김항기가 먼저 도착해 있다. 원정팀은 토막골 입구에서 비박훈련 중이란다.
대충 정리하고, 따로 준비한 따뜻한 녹차를 한잔 하고 03:00경 침낭속에 들었으나 산장을 가득메운 대학산악연맹 동계훈련 팀들 중 일부 인원들이 술잔을 돌리며 떠들어 쉽게 잠들기가 어렵다.
에구, 여러사람 자는 곳에서 저런 망발(?)이...ㅊㅊㅊ 하여튼 기본이 문제라니까?
여하튼 06:30분경 소란스런 소리에 눈을 떠 보니 대학산악연맹 팀들이 벌써 아침을 먹고, 장비를 챙기느라 어수선하다. 우리도 07:00에 원정대 본팀을 만나기로 했으니 부지런해야 시간을 맞출 수 있겠다 싶어 아침하고, 배낭 정리하고, 화장실 가고.......
아침을 먹는데 07:00가 조금넘어 원정대 본팀이 도착해 천막 등 불필요한 짐을 산장에 맡기고 원정대 9명, 나 등 10명을 3, 3, 4명으로 구분하고 장비와 식량을 분배하여 배낭을 다시 꾸렸다.
나는 상세형, 항기와 같이 한 팀이 되었다.
08:00 비선대 산장을 출발하니 기분이 상쾌하다. 1월 중순인데도 눈이 전혀 없고 온도도 많이 올라 마치 가을 산행을 하는 기분이다.
양폭산장을 거쳐 죽음의 계곡에 도착하니 10:00가 조금 넘었다. 양폭에서부터 같이 출발한 타 산악회 4명에게 계획을 물으니 죽음의 계곡에서 2일간 비박할 예정이란다. 상세형이 '여기 눈오면 조심하세요' 하자 건성으로 처다본다.
죽음의 계곡에도 역시 눈이 없어 건폭과 우측 계곡 등의 얼음이 앙상하다. 시간이 많이 지나 부지런히 장비를 챙기고 출발, 백스텝과 프론트포인팅으로 약 100미터의 빙폭을 오른 후 이어지는 10m, 20m 폭포를 오르니 벌써 12:30.
아무래도 시간이 지체되어 라면 점심을 먹기로 했다. 계곡속이라 역시 바람도 불고 추워 배낭에 넣어간 비장의 약, 양주 한병을 꺼내 한 잔씩 돌려 먹으니 다리까지 전해져 오는 그 느낌.....
각 팀별로 점심을 간략히 먹고 다시 출발, 계속 이어지는 크고 작은 빙폭들을 올르다 보니 어느새 빙폭들이 끝나고 바위들이 얼음과 혼재된 좁은 계곡으로 이어진다.
항기가 작은 빙폭의 한쪽에 아이스바일로 찍은 얼음구멍에서 계곡물이 수도꼭지 열어 놓은 것 처럼 퐁퐁 솟는다. 서너 모금 마시니 그 시원함이란! 산삼썩은 물이 바로 이 맛인가 싶다.
석진호가 있는 3명 팀도 우리와 거의 같이 가는데 등반대장 김종민의 팀이 인원도 4명이고, 경험이 부족한 재학생들 2명이 있어 속도가 상당히 늦어 진다.
계곡의 끝이 대청봉과 바로 연결되어 그런지 경사가 상당히 가파르다. 예의 그 질긴 대청봉 잡목과 살짝 얹어진 눈때문에 더 힘들다. 죽음의 계곡 동판을 출발하여 2시간 걸릴 것으로 계획한 산행 시간이 한없이 지체된다. 빨리 희운각에 도착해야 좀 쉬다가 야간 산행을 출발할 텐데 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건너다 보이는 화채봉을 보며 현재의 높이를 가늠할 뿐이다.
다리는 벌써 저려 오고, 팔힘은 빠지고, 배도 고프고, 또 배낭은 왜 그렇게 무거운지?
3명팀 2팀은 이미 한팀이 되어 올라가고 있으나 등반대장팀 4명은 뒤로 처져서 보이질 않는다. 잘되던 무전기도 이제 교신시간을 맞출 수 없어 연락도 잘 안되고.......
현재 시간이 벌써 오후 4:20, 이미 설악산엔 어둠이 짙게 깔렸다. 해드렌턴을 켜고 비몽사몽간에 오르고 있는데 보니 앞에가던 대원들이 "찾았다. 길" 하는 반가운 소리가 들린다. 젖먹던 힘까지 다해 오르니 아뿔사 이곳은 대청봉이 아니라 희운각에서 대청으로 직상하는 능선의 정상 약 150m 하단부이다. 시간은 벌써 5:30. 현재의 체력과 앞으로의 산행계획과 시간을 볼 때 도저히 대청봉을 갈 여건이 안되어 바로 희운각으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휴식하면서 육포, 연양갱, 초코바 등과 보온병의 따뜻한 녹차로 허기를 채우고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하는 길은 눈이 없는 능선길에 음지에만 간간히 잔설이 있어 '설악산'의 이름이 무색하다. 그와중에 힘좋은 원정대원들은 쏜살같이 먼저 내려 간다. 나 홀로 찬바람 부는 암릉에서 쥐가 날 정도로 혹사한 허벅지를 달래며 쉬엄쉬엄 내려오다 죽음의 계곡을 올려다 보니 랜턴불이 보인다. 에코를 하니 응답, 역시 등반대장의 팀이다. 대략 시간상으로 우리와 1시간에서 1시간반정도의 차이이다.
겨우겨우 살아서(?) 희운각에 내려오니 오후 6:30. 먼저 온 팀들이 따뜻한 물을 준다. 여기서 저녁을 먹고 좀 쉬다가 9:00경에 공룡능선으로 출발할 계획이다. 바람이 제법있고 온도도 떨어져 오버트라우져와 우모복을 껴입고 이것저것 장비를 챙기며 쉬고 있으니 7:30경 뒤늦은 등반대장 팀이 도착한다.
저녁메뉴는 동결건조비빔밥이다. 타 원정대에서 고소식으로 추천하는 메뉴라서 이번 정상공격 훈련간 2끼를 먹어 보기로 한 메뉴다. 쇠고기 비빔밥, 야채비빔밥으로 군대에서 먹던 메뉴와 거의 동일하다. 뜨거운 물을 적당히 붓고 우모복 속에 한 10분 품고(?) 있다가 스프와 참기름을 넣어 비벼 먹는다. 맛이 아주 그만이다.
저녁을 먹고 다시 짐을 챙기는데 눈발이 풀풀 날린다. 일기예보로는 동해안 지역에 5~10cm가 온다는데 설악산이야 그보다는 조금더 오겠지 하며, 장비를 다시 정리하는데 등반대장인 종민이와 상세형이 논의를 하더니 계획을 수정하기로 결정했단다.
본 계획은 공룡능선-마등령-수렴동-봉정암-대청이었으나, 눈도 오고 계획된 시간보다 많이 늦어 밤 11:00에 출발, 가야동 계곡으로 내려가다 오세암에서 용아장성을 넘어 봉정암으로 가는 길로 대청을 갔다 아침 07:00경 희운각에 다시 도착하는 계획이다.
등반대장이 갑자기 한 대원에게 저울을 꺼내란다. 50kg까지 잴수 있는 용수철 저울이다. 본래 에베레스트 등반시 C4에서 정상공격시 산소통 2개 10kg과 개인 필수품 등을 고려하면 약 15kg 정도의 무게이므로 개인배낭을 15kg으로 맞추고, 나머지는 희운각에 보관했다가 아침에 도착하면 다시 가져 간다는 것이다.
다리힘 좋은 대원들이 저마다 짐을 내려 놓으며 무게를 맞추니 '나는 어쩐다?' 하다가 일단 짐을 최소화 하기로 결정했다. 침낭, 아이스바일, 침낭커버, 메트레스 등 이것저것을 내려 놓으니 대략 10kg정도?
마음이야 '야, 난 원정도 안가니 내가 여기 남아 짐 지키고 있을께 다녀와라' 하고 싶은데 그러면 모두 다 힘든데 심리적으로 더 힘들것 같고, 나 또한 '극한상황극복을 통한 자신감 회복'이라는 내 숙제(?)를 못하게 되니 차마 말을 꺼낼 수가 없다.
짐들 무게를 맞추고 나니 벌써 밤 9:30, 출발까지 이제겨우 1시간 30분, 전체적으로 메트레스만 깔고 침낭커버 등으로 덮고 잠시 눈좀 붙이고 출발하기로 했다.
내리는 눈은 본격적으로 올라나 그치질 않는다. 종민, 상세형과 셋이서 지붕아래에 메트레스를 깔고 않아 졸아 볼라고 하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보니 벌써 밤 10시, '에라 한시간이라도 편히 자자' 싶어 메트레스를 깔고 침낭카바를 펴고 비브람째 들어가 우모침낭을 덮으니 좀 낫다.
침낭카바 밖으로는 싸래기 눈이 내리는 소리가 정신을 사납게 한다. 종민이는 그새 코를 골며 자고.......
잠깐 눈을 붙인것 같은데 등반대장 종민이의 "출발준비" 하는 소리가 들려 시간을 보니 밤 11:10.
일어나보니 침낭카바 위로 눈이 수북히 쌓이고 있다.
배낭을 챙기고 출발준비하니 벌써 밤 12:00. 쌓인 눈은 어느새 10~15cm 정도 되는 것 같다.
일제히 헤드랜턴을 밝히고 희운각을 출발하여 출입금지 푯말이 있는 선을 넘어 가야동 계곡으로 들어섰다. 눈은 본격적으로 퍼붓기 시작한다. 출발한지 1시간 정도 지나자 벌써 한 30cm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눈은 엄청나게 많이 오고, 다리힘은 다 빠지고, 장갑은 젖어 물이 줄줄 흐르고 컨디션이 최악이다. 근데 맨 앞에서는 오세암에서 봉정암으로 가는 길목을 잘 찾아 보라며 종민이가 형철이를 다그친다.
출발한지 벌써 2시간째, 눈을 맞으며 배낭을 멘채로 뒤로 벌렁 누우니 간식이고 물이고 아무생각 없어진다. 눈은 벌써 무릅만큼이나 빠지는데 이런 상황에서 용아릉을 넘어 봉정암으로 간다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출발 2시간 30분이 경과한 즈음에 조심스럽게 상세형에게 물었다. '정말 이런상황에서 용아릉을 넘을 거냐?'고 했더니 등반대장 종민을 불러 토의가 시작되었다.
오늘 정상공격훈련의 목적은 잠을 자지 않고 약 34시간 정도 악조건하에 지속 산행을 하는 것이니 대원들의 상태와 기상을 고려하여 적당한 곳에서 식사하며 충분히 쉰 후 다시 내려온 길을 올라가면 아마 07:00 정도나 되어 희운각에 도착할 수 있으면 오늘 훈련목적 달성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내 제의에 종민이도 흔쾌히 동의한다.
사실 원정대원도 아니면서 정상공격훈련에 참가했으니 나로 인해 훈련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할려고 무던 애를 썼으나 현재의 내 체력에 도저히 용아릉은 넘을 자신이 없고, 게다가 눈이 더 많이 내려 시간이 지체 된다면 내일 서울로 돌아갈 시간마져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마침 그 자리에서 둘러보니 큰 바위아래가 눈을 피할 수 있어 모두 그리로 올라가 동결건조 비빔밥을 먹게 되었다. 식사를 하고 눈을 녹여 뜨거운 물을 만들어 보온병에 넣고나니 벌써 03:00.
눈은 그칠 줄 모르고 계속 와 거의 80cm 정도 되는 것 같다. 우리가 내려온 길이 이미 눈에 덮여 찾을 수가 없다. 다시 가야동을 되짚어 올라 간다고 해도 우린 완전히 새 길을 럿셀하며 가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눈에 젖은 가죽장갑을 배낭에 넣고 상세형이 인모형께서 에베레스트에서 쓰라며 주셨다는 고아텍스 벙어리 장갑을 건네주길래 끼니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다. 이젠 아무리 눈이 많이 와도 걱정 할 것이 없겠다 싶다.
03:30에 다시 출발, 이제 올라가는 길은 내려올 때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되었다. 계곡속에 눈은 거의 1m나 쌓여 힘들게 럿셀을 하며 가야 하니 선두에선 대원들의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2시간30분을 내려온 길이니 그렇게 럿셀하며 올라가면 아마도 5~6시간은 족히 걸리리라.
힘은 들고, 잠은 쏟아지고, 눈은 그칠줄을 모르고 계속 쏟아 붇고......등반대장인 종민이가 정상공격훈련을 위해 상정했던 모든 악조건들이 거의 완벽하게 재현되고 있다. 다만 산소가 충분하다는 것은 빼고는......
럿셀을 교대하며 정신없이 올라치다 큰 바위앞에서 잠시 길을 헤메다 우측 계곡으로 붙으니 계곡이 무척 좁아지며, 급경사로 변한다. 아마도 길을 잘못 들은것 같다. 눈은 계속내리고, 바람까지 부는데다 엷게 가스까지 끼기 시작하니 한치앞도 분간하기 어려워 대책이 별로 없다.
현재 06:00, 밝아지려면 아직도 한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일단 등반대장은 현지에서 모든 대원들을 정지시켜 보온대책을 강구하게 한 후 그중 3명을 뽑아 길을 찾아보게 한다.
약 20분이 경과하고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종민이 무전기에서 "형, 길 찾았어요" 하는 반가운 진호 목소리가 들린다.
다들 다시 배낭을 메고 일어서서 주 계곡으로 접어들어 다시 희운각을 향해 출발했다.
그리고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럿셀과 바위계곡, 어느새 주변이 훤해지기 시작한다. 그러고도 한시간여를 더가니 저멀리 희운각의 빨간색 철다리가 보인다. "빙고!"
희운각에 다시 도착하니 1. 16일 일요일 08:20. 산장 주변에 쌓인 눈이 허벅지까지 온다. 대략 적설량이 120cm 정도? 그리고도 내리는 눈은 그칠 줄을 모르고......
우리가 어제 저녁에 남겨두었던 짐들이 눈속에 완전히 파뭍혀 한 10분씩 발굴작업을 해야 겨우 꺼낼 수 있었다. 눈보라는 계속 날리고...... 시간을 지체하면 할 수록 어려워질것 같아 아침은 간식으로 해결하고, 일단 양폭산장까지 가기로 결정했다.
배낭을 다시 꾸리고 있는데 희운각 산장지기 왈, 산장에 대피해 있어야 한단다. 종민이 "그럼 먹을 것을 주나요?" 물으니 그런것은 없단다. 있다고 해도 있을 우리도 아니지만 없다고 하니 더욱 가관. 우린 일단 내려가는 것으로 결정하고, 혹시 내려가다 철계단 등이 미끄러워 로프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안전벨트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출발하니 09:00. 희운각에서 무네미고개로 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럿셀 시간을 줄이기 위해 맨 앞에서 한명이 배낭을 두고 맨몸으로 한 50m 럿셀을 하고 맨뒤에서 다시 배낭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가는데 뚫은 길 옆으로는 눈이 허리까지 온다.
무네미 고개에서 죽음의 계곡 초입으로 급경사에서 개털(?)을 타볼 양으로 기대하며 갔는데 웬걸, 철계단이 있다. 일부가 옆으로 가서 개털을 시도하나 미끄러 지지도 않고 오히려 배낭을 메고 뒤집어 지면 더 위험할 것 같아 시도를 포기했다.
다리는 풀리고 힘이 빠져 눈에 푹 들어가면 그대로 누워 어거지로 발을 다시 빼고 다시 디디면 눈에 다른 발이 또 푹 빠지고......또 계곡에서 올려치는 메서운 바람에 눈까지 와 눈보라가 볼을 때리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에구, 마누라 말리는 김에 조금만 더 말리지, 그러면 이 고생 안할걸" 후회막급이다.
배는 고프고 다리는 빠지고, 눈보라는 사정없이 얼굴을 때리고.......
죽음의 계곡 초입부터는 원정대원들이 힘이 많이 빠진 것을 보더니 상세형이 앞장을 선다. 설악동 주차장의 차도 걱정이지만 힘이빠진 후배사랑하는 마음이 더 클 것이었다.
다행히 눈이 많이 와 철계단이 생각보다 미끄럽지는 않다. 양폭 계곡에서 올라치는 눈보라를 맞으며 천신만고 끝에 양폭에 도착하니 벌써 12:00다. 희운각에서 09:00에 출발했으니 3시간 걸렸다.
점심을 해서 먹으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눈보라도 몰아쳐 매점에서 컵라면을 하나씩 먹기로 했다. 양폭산장 물가의 매점은 귀면암이 철계단으로 바뀌면서 귀면암 꼭대기에서 가판을 하던 아저씨가 이곳으로 이동한 모양이었다. 뭐 모르는게 없는 달변이다. 하긴 그렇게라도 해야 심심하지 않겠지?
매점 움막안으로 들어가니 거기가 바로 천국이었다. 아저씨가 듬뿍 따라주는 뜨거운 물의 육계장 컵라면이 그렇게 맛있을 수 가 없다. 게다가 커피까지 마시고 보니 기운이 한결 난다. 바람은 아직까지 불지만 눈도 대충 그친 것 같고.......
거기서 죽음의 계곡에서 만났던 타산악회 4명과 일반등산객 4명을 대동하고 12:30에 출발하여 또다시 계속되는 럿셀, 그리고 럿셀.
아무리 간식을 먹어도 이렇게 체력을 소모하니 바닥나지 않는것이 이상할 정도다. 그래도 우리 원정대원들은 묵묵히 교대로 배낭을 벗고 온몸으로 럿셀하고 다시 가서 배낭을 메고 오고.......
우리는 그렇게 고생하는 데 뒤에 가벼운 배낭메고 럿셀될 때를 기다렸다가 사뿐사뿐 따라오는 사람들을 보니 얄밉기까지 하다. 다행히 타 산악회 사람들은 그래도 산사람 기본이 있어 우리가 쉴 때 앞서서 럿셀하며 가니 고맙기까지 하다.
양폭에서 내려오면서의 가장 큰 기대는 누가 혹시 비선대에서 귀면암까지 올라오느라 럿셀해 놓는 행운(?) 이었다.
그러나 막상 귀면암에 도착했을 때의 그 허무함이란...... 아무런 흔적도 없었던 것이다.
계속되는 숙명과 같은 럿셀의 고행(?)은 또 이어지고...... 드디어 잦은바위골 앞, 앞서가던 형철이가 큰소리로 외친다. "야! 길 있다". 누군가가 거기까지는 다녀간 것이다.
사람 다녀간 흔적이 저렇게 반가울 순 없었을 만치 기뻐한다. 오죽 힘들었으면 저렇게 기뻐할까?
럿셀된 길을 마치 복권에 당첨된 기분으로 가는데도 왜그렇게 힘이든지, 적벽은 빤히 보이는데 비선대는 도데체 언제쯤이나 도착할는지?
발은 아프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배낭은 어깨를 짓누르고, 목은 땡기고...... "그래 이제 30분이다." 하는 생각으로 어금니를 꽉 깨물고 한발짝 한발짝을 힘겹게 옮겨 놓는다.
드디어 비선대위 철다리. 시간은 막 오후 6:00가 되고 있었다. 거기까지 올라온 일반 등산객들 커플들이 서로 즐겁게 웃으며 눈사진을 찍는 모습이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비선대 1층 식당가 식탁에 우리와 같이 내려온 사람들, 그리고 우리 대원들이 벗어놓은 배낭과 장비, 옷가지들로 꽉 차 있다.
그리고 배달된 조깝데기술, 상세형이 따라주는 한 잔을 숨도 쉬지 않고 들이키고 김치 한점 먹으니 '으메, 그 맛!' 해서 다시 한잔 더....... 2잔을 먹으니 더 먹으면 잠도 못자고 무리를 해서 서울갈 때 운전교대도 어렵겠다 싶어 그만했다.
거기서 동동주 먹고 이런저런 산행 자체평가하고, 장비, 옷들 조금 말리고 하니 벌써 시간이 오후 7:00. 더 늦으면 오늘중에 서울 도착이 불가능할 것 같아 벌써 4잔째를 마시고 있는 상세형을 채촉했다.
훈련을 계속하는 종민이 등 원정대원 6명을 비선대 산장에 남겨두고, 상세형, 진호, 항기와 같이 출발하여 내려오는 비선대에서 소공원까지는 눈이 많으나 길이 있어 럿셀할 일은 없는데 발이 아프고 어깨가 땡기니 그 길은 또 얼마나 멀게 느껴지는지?
저녁 8:00가 되어 설악동 주차장에 도착은 했는데, 상세형 봉고차가 눈을 한 가득 이고 있다. 또 개울가쪽으로 내려 놓았던터라 주차장 언덕이 제설작업차가 지나가면서 민 흔적이 유리알처럼 미끄럽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눈삽을 2개 빌려 눈을 치우고, 체인을 치고, 염화칼슘을 뿌리는 등 우여곡절(?) 끝에 차를 겨우 도로위로 올리니 벌써 오후 9:00. 오늘중으로 서울 도착하긴 어려울 듯 싶다.
일단 내가 먼저 잠을 좀 자고 상세형과 교대하기로 하고 자기 시작 했는데 눈을 떠보니 차는 무슨 불가마 앞 주차장에 서있고, 4명 모두 자고 있다. 시간은 벌써 자정을 넘겨 밤 12:10분. 주문진 근처다. 오다가 졸려 상세형이 차를 세우고 30분만 잔다고 한 것이 벌써 2시간이 지났단다.
고속도로에 올라서니 길은 괜찮은데 상세형이 졸리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운전교대를 위해 일단 차를 강릉휴게소에 세우고 만두라면으로 간단히 요기하고 운전을 시작했는데 길은 괜찮은데 잠이 계속 쏟아 진다.
3시간이나 잤으니 괜찮겠지 싶어 운전을 하며 과자, 커피, 음료수 등을 먹고 마시며 잠을 쫓는데도 눈이 뻑뻑하다. 차는 이제 막 봉평을 지나고 이제 더 먹을 것도 없고 해서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뺨을 스스로 때려가며 잠을 쫓는데도 쉽지가 않다. 다행히 차는 별로 많지 않고........
소사 휴게소를 지나고 운전한지도 벌써 2시간이 경과, 문막휴게소에서 다시 운전교대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며 운전하다 느닷없이 차에서 쿵하는 소리가 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순간적으로 졸다가 노견의 가드레일을 건드린 모양이다. 어휴, 십년 감수했다. 잘못했으면 큰 사고가 날 뻔 했다.
다시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한 30분을 더 운전해서 문막휴게소에 도착했다. 부리나케 내려 차 우측 범퍼를 보니 기스가 살짝 가 있다. 절로 '하나님 감사합니다' 소리가 나온다. 상세형 왈 "하나님 면접 볼 뻔 했는데, 퇴짜 맞았다" 고 한마디 한다.
상세형과 같이 음료수 등을 사고 햄버거 먹고 다시 상세형이 운전하여 출발했다. 조수석에 앉는 순간 다시 졸음이 쏟아진다. 상세형에게 힘들면 다시 교대하자고 이야기 하고 잠깐 눈을 붙였는데 눈을 떠보니 벌써 서서울 톨게이트를 빠져 나와 있었다.
1. 17일 04:20 드디어 대림역에 도착했다. 근처에서 석진호, 김항기를 내려주고 내차에 오니 주차요금 납부 지로 용지가 떡하니 끼워져 있는 내차가 먼지를 쓴 체 나를 반긴다.
1. 14일 금요일 22:00에 출발하고 1. 17일 월요일 04:20에 도착했으니 무박 4일이 되었다. 대략 잠은 모두 합쳐 차에서 잔 것까지 약 6시간, 산행은 34시간. 이것이 체력의 한계가 아닌가 싶다.
다시 내차로 일산 집에 도착하니 05:00, 배낭에서 짐을 꺼내니 온통 눈이다. 이 눈들이 내가 희운각에서부터 메고 온 것이구나 싶으니 감개가 무량하다. 대학산악부 때를 다 통털어서도 이렇게 힘든 산행을 한 것은 이것이 처음인 듯 싶다.
무사히 집에 도착한 것에 감사하고, 또 이런 산행에 참가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며, 이런 훈련산행을 모두 소화하고 지구의 용마루, 에베레스트 정상에 서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우리 "한양대학교 산악회 2005년도 에베레스트 원정대"에게 끝없는 애정과 희망을 느낀다.
2005. 1. 17
정무교(81)
 곽민종: 우~와~ 이거 정말 재미있네요...산행기중에 으뜸입니다 그런데말이요...
원정대 운전전담요원 하나 맹글어야 되지않겠소? 가슴이 처~얼렁 철렁~휴우~ -[01/17-14:36]-
최진우: 무교, 원정팀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설악산에 남아있는 원정팀은 아직까지 훈련을 계속하겠군요.
정상공격 리허설을 멋지게 기획하고 실행하고 있는 원정팀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이곳 속세에서는 잠깐 동안만 내린 눈에 섭섭하기만 한데 설악에서의 제대로 내린 눈은
그야말로 가관이었겠습니다. 대원들에게는 힘들더라도 커다란 도움이 되겠지요.
그나저나 본회차원에서 제대로 지원이 않되는 교통편이 문제긴 문제입니다요.
어쨌거나 마음속으로나마 대원들에게 힘을 한가득 실어 보내봅니다.
HAC 원정팀 화이팅!
-[01/17-19:02]-
김진선: 무교, 운전하다 존 거 빼고, 참 잘했어요! 짝짝짝짝! 원정대원 여러분! 수고가 많다! 조금만 더 고생해라. 준비한만큼 거둔다...! -[01/17-23:53]-
한인석: 나도 같이 등반했었으면 정말 재미있었을 걸... 등반팀의 즐거움을 같이 나누며 -[01/18-08:27]-
82 성인석: 저는 참석하고 싶었지만 짐이 될 것 같아 다른 대학팀 얼음하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 다음에는 같이 참여토록 해보아야겠네요.모두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다른 노력한 만큼 좋은 등반이 되었으면 합니다. 특히 생업도 많이 바쁠 가장님들의 노력이 더욱 멋져 보입니다. 엘라떼 화이팅.!!!! -[01/18-12:53]-
반기운: 상세형,무교형,종민형,원정대원모두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부럽습니다. -[01/18-13:49]-
정무교: 여러 선후배님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감사^.^ 월요일 아침에 1시간 30분 자고 출근해서 오전에 회의참석하고 난 후 정신없이 쓴 글이라 중간에 수정을 여러번 했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 원정대의 노력과 열정이 회원 여러분들에게 전달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2월 첫주 수락산 빙벽등반 산행 한번 가시지요? -[01/19-10:00]-
김종민: 반기운 반갑다. 미국에서 사업한다고 들었는데 잘 되겠지? 얼굴 본지가 10년도 넘은 것 같은데. 한국에 들어오면 연락 좀 해라 쇠주 한잔 해야지. -[01/22-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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