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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01차경렬
ㆍ작성일 2007-02-13 (화) 23:31
ㆍ첨부#1 토왕폭_등반_보고서.hwp (115KB) (Down:229)
ㆍ추천: 0  ㆍ조회: 1377      
ㆍIP:
토왕폭 등반 보고서 올립니다.
##운행기만 아래 복사했습니다.##

운행기(작성자 : 차경렬)
1/29
 새벽5시... 알람소리에 잠에서 깬다. 홍덕이집의 골방... 올 겨울 이제 오늘이 여기 생활도 마지막이구나... 어제 새벽 2시가 다 되어 잠자리에 들었으니 겨우 3시간 조금 넘게 잤다. 눈이 따갑다. 홍덕이는 안산으로 실습 행 나는 부실로 향한다. 부실에 도착하여 종호 형에게 받은 우모복을 퀵서비스로 붙이고 나는 장비를 챙겨본다. 이제 설악산으로 간다는 느낌이 조금씩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장비를 챙기고 한참 기다리니 석훈이가 온다. 좀 일찍 오지 아무래도 11시 차를 타야 할 것 같다. 석훈이와 간단히 아침식사로 육개장을 먹고 장비를 챙겨 강변으로 향한다. 강변에서 11시 차를 타고 속초로 출발!! 드디어 가는구나!! 토왕폭을 향해서... 피곤했던 나는 금방 잠에 든다.
 
 깨어보니 휴게소에 거의 도착하고 있는 중이었다. 주위를 보니 어제 눈이 10cm정도 온 것 같았다. 이제 막 나뭇가지에 쌓인 눈들이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다행이다. ‘날씨가 좀 추워지겠지...’ 하고 생각해본다. 속초에 도착해서 민박집으로 향했다. 전에도 자주 이용하던 곳인데 아주머니가 친절하시다. 얼굴을 알아보시고 반갑게 맞아 주신다. 이틀 묶는 걸로 5만원을 지불하고 라면을 끓이고 있으니 아주머니께서 커다란 부침개 두 장을 가지고 오신다. 라면 두 개는 양에 차지 않을 것 같았는데 잘되었다. 먹어보니 꿀맛이다. 이런!! 그런데 석훈이가 라면을 엎는다. 석훈이 깽판은 이번에 처음 본다. 황급히 주워 담아서 부침개와 맛나게 먹고 정찰을 준비한다. 나는 장비를 아예 다 준비해서 가자는데 석훈이가 그냥 가볍게 정찰만 하고 오자고 한다. 그래서 아이스 바일과 크램폰만 들고 설악산으로 향한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없어졌다는데 설악산은 문화재 관광료를 받고 있었다. 학생 할인으로 1000원을 내고 4시쯤 비룡 폭포를 향해 간다. 어제 내렸던 눈이 녹아서 물이 흥건하다. 날이 많이 따뜻하다. 토왕골 어프로치는 비룡폭포 위부터 오늘 러쎌 한 자국으로 보였다. 중간 중간 얼음이 깨질까봐 조심해야 했다. 비룡폭 좌측에 올라보니 토왕폭이 멀리 보인다. 여기서 봐서는 정확한 상태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하얗게 얼어 있는 모습이 잘 얼어 있을 거란 기대감을 준다.

 쭉 오르다 보니 빙벽장비를 찬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내려간다. 보아하니 오늘 토왕폭을 한 듯하다. 계속 오르다 보니 한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내려오신다. 우리보고 묻기를 오늘 야영할 거냐고 하신다. 그래서 그냥 정찰을 하러 왔다 하고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토왕폭 빙질은 어떤지 오늘 등반은 어디까지 하셨는지 물어보니 얼음은 잘 얼어 있다고 하셨다. 하지만 낙수가 많고 중단의 눈이 많아 러쎌이 힘들어서 상단 아래까지 가서 자일을 고정한 후 내일 공격하려고 내려 오셨다고 했다. 중단 러쎌이 가슴까지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빡세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자기네들은 4시에 소공원에서 출발할 테니 내일 등반할 거면 같이 등반하자고 하신다. 그래서 시간이 맞으면 그렇게 하자고 하고 혹시 빙장 허가는 받으셨냐고 물으니 빙벽대회 때문에 내주지 않는데 어떻게 허가를 받냐고 하시고 내려가신다.

 보통 토왕폭 어프로치를 2시간으로 잡는데 1시간 30분 정도 걸려 하단 아래 Y자 계곡에 도착했다. 얼음은 잘 얼어 있었다. 석훈이는 아래서 기다리기로 하고 내가 올라가서 얼음 상태를 파악하기로 한다. 그리고 무전기를 켜고 테스트를 해본다. 100m정도를 힘들게 러쎌하니 토왕폭 하단 시작 지점이다. 빙폭은 아까 들었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르게 낙수가 전혀 없었다. 약간 물기를 머금고 있었는데 타격하기에는 오히려 좋아 보였다. 바일로 몇 회 찍어보고는 이정도면 내일 등반이 무난할 것 이라고 판단했다.
 
 6시쯤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하면서 계속해서 무전기를 테스트 했는데 성능이 괜찮은 것 같다. 무전기가 이렇게 편할지 미처 몰랐다. 항상 훈련 때 목이 터져라 외쳤던 걸 생각하니 괜히 웃음만 나온다. 내려오는 길은 비룡 폭포까지 30분정도 걸렸다. 그 아래 상점에서 켄싱턴 호텔 쪽으로 나가는 지름길이 있다는 정보가 있어서 그 쪽 길로 나가보기로 한다. 근데 이게 지름길이 맞는지 한참 헤멘다. 한참 잡목지대를 지나다 계곡으로 빠졌다. 도로 바로 아래쪽까지 나와 계곡을 건너던 중 물에 빠져 버렸다. 상체까지 완전히 풍덩!! 난리가 났다. 온몽이 다 젖었고 이중화도 내피 안쪽까지 물이 다 들어왔다. 왠지 오늘 감이 좋지 않다. 석훈이가 라면 엎는 일이 생기지 않나 하산 다 끝내고 도로 바로 앞에서 물에 빠지는 일이 생기지 않나 영 꺼림칙하다. 도로에 올라오니 켄싱턴 호텔 훨씬 아래쪽이다. 지름길이 이쪽이 아닌 듯하다.
 
 도로를 따라 내려가 마트 촌 앞에서 버스를 타고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옷을 벗고 말리려 하나 새벽까지 마르기는 그른 것 같다. 여벌로 준비한 옷이 없는게 안타깝다. 하긴 여벌옷이 있을 만큼 내 장비자금이 여유롭지 않은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등반하기 전에 이런 일이 생기니 정신이 뒤죽박죽 혼란스럽다. 우선은 이중화 내피를 가스버너에 말리고 옷은 꽉 짜서 말렸다. 한참을 가스버너 위에서 씨름하다 그냥 포기한다. 내일 새벽 1시에 출발하려고 했는데 옷이 다 젖어 있으니 출발 시간을 늦춰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석훈이와 상의하니 하고 싶은데로 하라고 한다. 스케줄이 영 어정쩡해졌다. 옷이 다 마르려면 내일 일찍 출발하긴 그른 것 같기 때문이다. 에이 모르겠다. 우선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서 통닭 한 마리를 시켜서 맛있게 먹는다. 조금 전 무교형님께서 전화로 새벽에 눈이 많이 오고 기상상태가 안 좋을 거라고 조심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역시 텔레비전에서도 눈이 10cm정도 온다고 하고 날씨가 많이 추워진다고 한다. 석훈이와 다시 상의해 본 결과 그냥 새벽 2시에 기상해서 출발하기로 결정한다. 처녀얼음을 찍어야 하지 않겠냐는 석훈의 말에 나도 같은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고 따뜻한 방안에 있으니 다시 힘이 불끈 솟아 오르는게 자신감이 생긴다. 옷은 그냥 상하의 마르는 걸 포기하고 하의는 석훈이가 가지고 있는 내의 까지 2개를 겹쳐 입고 그 위에 오버트라우져로 버티기로 하고 상의는 내복에 파일자켓 그 위에 윈드자켓을 입기로 한다. 우모복이 있으니 버틸만 하겠지 생각해본다. 11시에 소등을 하고 잠을 청해 본다.

1/30
 잠을 청하려고 누운지 1시간이 넘었는데도 잠이 안온다. 석훈이 전화는 계속 울려대고 거기다가 긴장감 때문에 잠이 올 생각을 않는다. 이러다간 2시까지 뜬눈으로 지새겠다 싶다. 게다가 항상 눕기만 하면 코골아대며 자던 석훈이도 잠이 오지 않는 모양이다. 둘 다 자지 못하고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1시가 조금 넘어 내가 먼저 일어나 등반준비를 시작 하자고 한다. 장비들을 꼼꼼히 준비하고 행동식을 준비한다. 행동식은 초코파이 여섯 개와 아몬드 초콜릿 한 봉지 따뜻한 커피 1리터다. 냄비에 물을 가득 부어 펄펄 끓인 후 날진 수통에 인스턴트 커피 10봉지 정도를 털어 넣고 물을 가득 채운다. 흔들어 조금 마셔 봤는데 영 싱겁다. 그래서 5개 정도를 더 넣고 보온백에 담아 챙긴다. 장비를 대중 다 챙기고 밖으로 나와 빙벽화를 신는 중 민박집 아저씨가 나와서 등반하러 가냐고 물으시며 왜 이렇게 일찍 출발하냐고 하신다. 우리는 중단 러쎌이 가슴까지 온다는 정보가 있어서 시간이 오래 지체 될까봐 일찍 출발한다고 하였다. 콜 택시를 불러서 켄싱턴 호텔 앞까지 가려 하는데 아저씨께서 취소하라고 하시며 직접 태워주신다고 하신다. 고맙지만 그냥 가겠다고 거절해보지만 아저씨께서 극구 태워주시겠다며 취소하라고 하시길래 취소하고 아저씨 차를 빌려 타고 가기로 한다. 이 민박집 아저씨께서는 경상도 쪽 산악회 회장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정말 친절하시다. 가는 도중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시고 마지막엔 조심하라고 신신당부 하신다.
 
 켄싱턴 호텔에서 100m정도 아래에서 길을 찾는데 길 옆에서 계곡으로 넘어가는 편이 다들 나무 담장이 쳐져 있어서 더 아래로 내려가 계곡을 넘어서 어프로치를 찾아 나갔다. 계곡을 넘고 한참을 올라가다 보니 켄싱턴 호텔쪽에서 연결 된 지름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작에 이 길을 찾았으면 좋았을 것을...’ 하고 생각해 본다. 상점들을 지나 빠르게 토왕폭 하단을 향해서 올랐다. 석훈이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나는 좀 쉬었다 가지...’ 하고 생각한다. 아까와는 다르게 몸이 점점 쳐지는게 힘들다. 온몸에서 땀이 흐르고 몸이 둔해지는게 느껴진다. ‘왜 이러지?’ 하고 생각하는데 오버트라우저를 입고 있는게 생각나고 우리가 저녁을 안 먹었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통닭도 식사이긴 하나 밥에 어찌 비기리오. 석훈이는 밥을 안먹어도 버틴다고 주장하나 난 탄수화물 없이는 힘을 못낸다는 걸 이제 깨달은 것이다. 이제와서 후회한들 어쩌리오. 하단아래에 도착하니 새벽 4시이다. 출발한게 새벽 3시 조금 전 이었으니 1시간만에 올라 온 것이다. 조금 무리한 것 같다. 다리에는 사타구니 쪽이 뻑뻑해지며 자꾸 쥐가 날려고 한다. 짐을 풀며 천천히 움직이며 다리를 풀어 준다. 등반 시작하기도 전인데 몸이 벌써 이래서야... 걱정이 된다. 온몸에 난 땀을 식히고 장비를 차근차근 정리하며 등반을 준비해 출발지점에 도착해 시간을 확인하니 5시가 조금 넘었다. 등반 준비에만 1시간이 넘게 걸린 것이다.

 몸을 다시 조금 풀어준 뒤 출발 싸인을 외치고 하단에 붙는다. 어제 정찰 당시 보였던 하단의 느낌과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고드름 부분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고드름 부분부터는 어제 약간 물기를 머금고 있었던 얼음이 꽝꽝 얼어 타격하면 거의 깨져 나갔다. 게다가 아무래도 어프로치 하며 너무 무리한 듯 싶다. 자꾸만 사타구니에서 쥐가 날려고 했다. 근육이 뭉칠려 하면 재빨리 다리를 펴서 근육을 이완시켜 주면서 등반을 한다. 1시간이면 충분히 하단을 끝낼 것 같았는데 더 걸릴 것 같다. 우선 15m정도 올라 고드름 아래에서 스크류를 하나 박고 고드름을 올라 중간에서 한번 그리고 고드름을 거의 끝내서 스크류를 하나 더 박았다. 이제 여기만 넘어서면 위부터는 쉽게 오를 것 같다 길게 누워 있는 모습이 나에게 희망을 준다. 이제는 종아리까지 쥐가 날려고 하지만 아직까지 투지는 살아있다. 고드름 턱을 넘어서니 이제는 한숨 놔도 될 듯하다. 누워있는 얼음을 빠르게 올라친다. 그래도 이렇게 누워 있는 얼음에서 아이젠 피크가 들려 미끄러져 크게 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중간 중간에 스크류 두 개를 더 박고 오른다. 우측으로 픽스된 자일을 따라 하강용 볼트가 보인다. 그쪽으로 가려하나 자일이 더 이상 올라오지 않는 걸 보니 80m자일을 거의 다 올라온 듯하다. 웬만하면 피톤에서 확보를 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다. 눈을 걷어내고 아이스 바일로 2-3회 타격해서 빙벽 표면의 썩은 얼음을 걷어낸 후 스크류를 끝까지 돌려 단단히 박는다. 2개를 이퀄라이징해서 확보지점을 만든 후 스텝 커팅까지 해서 편히 빌레이를 볼 수 있게 자리를 다진다. 석훈에게 무전기로 완료를 외친 후 시간을 보니 6시 반이다. 1시간 훨씬 더 걸린 줄 알았는데 그래도 1시간 만에 하단을 끊었다.
 
 아래에서는 어제 봤던 팀이 올라오는지 저 멀리 토왕골 따라 헤드랜턴 불빛이 보인다. 배낭에서 우모복을 꺼내 입고 석훈이의 빌레이를 보다가 너무 배가 고파 허기진 나머지 석훈이에겐 미안 하지만 먼저 초코파이 2개를 까먹는다. 석훈이는 한 30분 정도 걸려 올라온다. 아래서 보이는 헤드랜턴 불빛을 보니 헤어진지 2시간도 안됬건만 정말 반갑다. 완료를 하고 둘이 모여 커피에 행동식을 먹으며 앞으로의 등반에 대해 상의한다. 원래 중단 러쎌은 석훈이가 선등하기로 했으나 금방 등반을 끝내서인지 지쳐보여 내가 하기로 하고 달콤한 휴식을 끝내고 상단을 향해 올라친다. 근데 이놈의 러쎌이 만만치 않다. 겨우 120m정도 밖에 안되는 중단이지만 허리 넘게 쌓인 눈을 헤치며 올라가니 체력 소진이 이만 저만한게 아니다. 1시간30분 정도 허비해 상단아래에 안착해 휴식을 취한다. 아까부터 뒤에 따라오시던 아주머니도 다 올라오셔서 아저씨를 기다린다. 하단 유마질도 그렇고 러쎌도 그렇고 유마를 걸고 하긴 했지만 정말 여성분 치고는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하단 위에서 바라볼 때는 거대하다고 느껴지던 상단이 계속 다가오면서 바라보니 약간 누워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쨌던 간에 상단출발 지점에서 보니 고드름이 계단 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계단이라고 생각하니 해볼만 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아래에서 보는 고드름 계단이 작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계단 하나하나가 4-5미터씩 되니 오르는 내내 부실한 스텝과 턱을 오르는 몽키행 자세를 취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리고 턱을 올라 다음 고드름의 끝부분을 타격하기란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었다. 거기다가 오른쪽은 너무 쉬워 보인다고 처음 출발시 좌측의 침니 형태로 양쪽에 고드름을 두고 하는 어려운 루트를 택한 내가 정말 개념이 없는 놈 이었다. 생각해 보면 하단에서도 쥐가 나고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단 걸 까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 덕에 상단 1피치 선등 3시간중 출발지점 위 20m정도를 거의 1시간반에서 2시간 정도 잡아 먹었기 때문이다. 출발 후 1시간 정도 지나 10시쯤 석훈이의 안되겠으면 내려오란 모진 격려(?)가 없었으면 포기하고 내려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때가 아마 겨우 10m정도 올랐을 때 일것이다.
 
 여하간 어려운 루트를 빠져나가 다시 쉬워보이는 오른쪽으로 트래버스해서 건너갔으나 그쪽으로 쭉 오르는 일도 만만치 않아 다시 왼쪽으로 트래버스해서 지그재그 식으로 올랐다. 그 덕에 석훈이는 폭탄같은 낙빙 세례를 맞아야 했다. 상단 출발 확보지점을 좀더 우측에 설치 했으면 나았는데 다른 팀의 확보물이 이미 설치된 터라 우측으로 치우치긴 했으나 어쩔수 없이 거의 중간부분에 가깝게 설치 할 수 밖에 없었다. 50m정도 오르니 10m정도 위에 처마가 보이고 바로 그 위10m 지점에 또 처마가 있었다. 우선 저기까지만 가자는 생각으로 힘을 내었다. 처음 만난 처마 아래에는 다른 팀의 비상탈출 흔적이 보였다. 스크류 하나에 슬링이 걸려 있었는데 얼음에 2-3cm정도 묻혀있었다. 우선 스크류를 두 개 박아서 피치를 끊으려다 ‘에이 좀더 올라가 위에서 끊자’라고 생각하고 다시 10m정도를 올라가 두 번째 처마 아래에서 상단 첫 피치를 끊었다. 저 아래 석훈이가 까마득하게 보인다. 고드름 기둥 사이로 얼음 상태가 좋아 보이는 곳에 스크류 두 개를 박아 확보를 하고 자일을 올려 올라온 거리를 가늠해 보니 60-70m정도 되는 것 같다. 남은 스크류는 한 개 있으니 총 여섯 개를 사용했다.

 바람이 얼음 중간중간 쌓여 있는 눈을 날려 온몸을 적신다. 이제는 데이지 체인과 피피를 조절하는 슬링 거기다 손목걸이까지 꽝꽝얼어 조절이 쉽지 않고 비너 개패구가 얼어 장갑을 벗고 얼음을 녹일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 상단 시작하며 갈아 낀 오버미튼도 버석버석하다. 완료를 외치고 석훈이 빌레이 준비를 한다. 석훈이가 빨리 올라오길 바라며 빌레이를 보는 도중 이제는 팔의 전완근까지 쥐가 난다. 내참 도대체 온 몸에 쥐가 안난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아까 올라오는 도중에 등짝과 배에 쥐가 났으니 이제 얼굴에만 쥐가 나면 온몸에 쥐가 나겠단 생각이 든다. 그래도 도중도중 쥐를 풀어주며 사진까지 찍는다. 한참을 기다리니 석훈이가 처마 아래에 도착한다. 거기서 스크류 회수겸 조금 쉰다. 100m자일을 한 동 통째로 들고 올라오는 석훈이 생각을 하니 안쓰럽다. 괜히 내가 토왕폭 등반하자고 해서 이고생을 하고 있으니...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석훈이가 자일파트너라 더욱 든든한 느낌이 든다. 산악부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계속 같이 등반했던 터라 서로 의지가 된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어 본다. 과연 나중에 어떻게 나올런지 궁금하다. 불어오는 바람에 날린 눈이 카메라 렌즈를 적실까봐 재빨리 카메라를 껴안고 엎드리기도 한다. 참 궁상맞다.

 석훈이가 1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올라오고 우리는 가지고 있던 나머지 식량을 동낸다. 그리고서 오후 2시경 상의 끝에 끝까지 오르기로 결심한다. 또 처마에서 우측으로 트래버스 하며 오르는 길 정말 힘들다. 수직의 고드름과 트래버스를 같이 할려니 전완근의 근육이 또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며 빡빡하게 굳으려고 하는걸 얼른 바일을 얼음에서 빼 팔을 늘어뜨리며 근육을 이완시킨다. 과연 오늘 내가 이곳을 다 오를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잠시뿐 같은 동작을 반복할 뿐이다. 1시간반 정도를 꼬박 고드름을 찍어대며 오르니 이제는 약간은 경사가 완만해지며 정상으로 추측되는 부분이 보이기 시작한다. 과연 처마 아래에서 멀리 보이던 소나무가 있던 곳들이 정상 부근 이었던 것이다.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지고 등반도 조금씩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하지만 불량한 버섯 얼음에 눈이 녹아 헐겁게 결빙된 얼음에 끼워 넣거나 후킹한 바일이 쭉 미끄러지는 순간에는 가슴이 철렁한다. 아직까지는 추락하는 일이 없었지만 정상 얼마 남지 않은 이곳에서 추락이라도 당하는 순간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어딘가 한군데는 부러질 것이 분명하고 이제 오후 해가 질 무렵 다른 등반팀도 없는 상황에서 바람까지 많이 부는 이 토왕폭에서 내려가는 일이 쉽지 않을터이다.

 조심조심 적당한 구간에 스크류를 설치하며 오른다. 버섯얼음 구간을 넘어 이제는 완만히 누운 정상 아래 20여 미터 아래 지점 까지 왔다. 바일을 힘차게 타격하며 정상을 향해 나아간다. 얼음지대를 지나 눈이 쌓인 지점 위 소나무에 확보할 요량으로 올라가려 하나 자일이 몸을 잡는다. 몇 번 더 당겨보나 올라오지 않는 걸 보니 자일이 다 한 모양이다. 어쩔수 없이 또 눈을 걷어내고 그위 썩은 얼음까지 걷어낸 자리에 스크류를 단단히 박고 확보를 한다. 상단 2피치 70-80m지점(정상) 남아있는 스크류는 한 개이니 총 6개 사용했다. 이때가 오후 4시 반 경이니 상단 2피치 등반에 2시간 반이 소요된 것이다. 무전기를 꺼내 완료를 외치나 무전기로 들려오는 대답소리가 없다. 다시 무전기로 외쳐보나 전혀 반응이 없자 포기하고 크게 완료라고 서너번 외치고 자일을 당긴다. 어렴풋하게 뭐라 들리길래 스크류를 회수하는 것 같아 자일에 약간의 여유를 둔다. 자일을 잡고 이따금씩 당겨보며 올라오는걸 확인하다보니 자일이 이제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한다.

 나중에 들을 이야기지만 석훈이도 처마 아래에서 확보를 보며 위에서 떨어지는 낙빙과 올라가는 자일을 보고 내가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한다. 한차례 낙빙이 수없이 떨어지고 자일이 20cm정도 빠지고 또 낙빙...자일... 그렇게 장장 2시간 반 정도를 추위에 떨며 기다리니 나의 ‘완료’라는 외침을 들을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빌레이를 보다가 사진을 몇방 찍고 지쳐서 쓰러져 빌레이를 본다. 제동자일에 유마를 걸어 최대한 자일이 늘어지지 않게 빌레이를 본다. 이제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온다. 우모복을 입었지만 바지와 상의가 젖어 내의를 두 개만 입고 오버트라우저를 입은 상태라 나로서는 너무나 추운 기다림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나가는 지도 모르고 빌레이를 보고 있으니 저멀리 석훈이 얼굴이 보인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다시 일어나 자일을 힘껏당겨 빌레이를 본다. 석훈이가 도착하고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여섯시 이제 어두워진다. 안전한 곳으로 나와서 걱정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연락을 우선 하고 하강할 길을 생각한다. 아무래도 기존 하강용 볼트는 눈에 덮여 찾기 힘들것 같았다. 만약 하강했다가 볼트를 찾지 못하면 다시 올라와야 한다는 점과 바위면에도 눈이 상당부분이 쌓여 있는 걸 볼 때 아무래도 좌측 하강루트는 좋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눈도 많은 편이고 또 걸어서 내려가는게 안전할 것 같아 토왕좌골로 내려가는 길을 택한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이것도 상당히 잘못된 판단이었다. 분명 120m 중단 러쎌이 1시간 반 정도가 걸린걸 생각한다면 좌골 하산루트는 분명 다시 되돌아올것이 분명한 길이었다. 정확한 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3-4시간 정도 러쎌을 하고 다시 정상으로 30분도 걸리지 않는 길을 나와서 하강을 했던걸로 기억된다. 러쎌도중 석훈이가 계곡에서 빠지는 일이 생겼다. 처음 계곡 막 진입하자마자 석훈이가 밟은 곳 전체가 둥그렇게 오므라들며 석훈이가 물이 빠져버렸다. 내가 다시 러쎌하려 하는데 석훈이는 발이 얼면 안된다며 자기가 러쎌한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그게 오히려 나을 것 같아 그렇게 한다.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한다. 이미 체력소모가 커서 움직임이 둔한 나는 석훈이 뒤에서 천천히 걸으며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체력을 보충해 나갔다. 땀이 나지 않게 몸을 조금씩 움직이니 몸이 훈훈해지며 조금씩 체력이 돌아왔다. 석훈이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러쎌해 나가는 듯 했다. 그런데 석훈이가 자꾸 썩은 나무를 보고 휴지통이 아니냐는 둥 저건 사람 흔적이 아니냐는 둥 한다. 한참을 그렇게 러쎌을 하다. 안되겠다 싶어 하강을 하자고 말하고 다시 돌아 나왔다. 나오는 길은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300-400m정도를 3시간 넘게 러쎌한 것 이었다.

 다시 정상으로 나오며 하강 방법을 생각해 본다. 나무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100m자일을 20m정도 잘라 고정시켜 눈이 없는 경사가 있는 곳까지 나오게 하여 1피치를 하강하고 가지고 있는 구식 파이프 스크류 두 개를 사용해서 나머지 1피치를 하강 하기로 한다. 정상으로 나와서 자일을 자르고 설치하는 동안 석훈이가 심상치 않다. 아까 계곡만 해도 나무가 많고 좌우로 막혀 있어 바람이 불지 않았는데 다시 정상으로 나오니 바람이 거세게 불자 아마도 아까 젖은 몸 때문에 체온이 극심히 떨어지는 것 같다. 석훈이는 계속 발에 감각이 없다고 빨리 내려가자고 급히 이야기 하고 있었다. 빨리 움직이며 하강 자를 설치하려고 했지만 밤이고 하강확보물을 설치하는 일이니 신중해야 했다.

 우선 내가 한피치를 내려가 그리벨 스크류 하나와 구식 스크류 두 개를 박아서 확보물 설치한다. 절반쯤 박히고는 돌아가지 않아서 바일 피크로 돌려가며 설치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석훈이는 계속 무전기로 아직 설치가 안 끝났냐며 묻는다. 올라올 때 1피치를 종료한 처마 아래 중간 지점에서 다시 피치를 끊었는데 빙면이 고드름이 대부분이라 설치가 느려진 것이다. 완료하고 석훈이가 내려 오길 기다린다. 그런데 영 내려올 생각을 않는다. 한참을 기다리다 위를 보니 불빛이 보이는게 내려오긴 하는 모양이다. 석훈이가 다 내려오고 자일을 회수하는데 역시나 자일이 잘 빠지지 않는다. 자일을 잘라 눈이 없는 곳까지 내려서 하강링을 설치했으나 자일이 빠질 생각을 않는다. 둘이서 같이 힘껏 당기니 조금씩 빠진다. 그렇게 힘겹게 석훈이는 자일을 빼고 나는 다시 아까 헐겁게 설치된 21cm 취나드 스크류를 다시 단단히 박아 얼음에 고정시킨다. 계속해서 얼음에서는 쿵쿵 거리며 얼음이 결빙되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서 왠지 하강도중 얼음이 깨져나갈 것 같은 무서운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리벨 스크류까지 무려 3개의 스크류를 버리고 그대로 탈출한다. 상단을 내려와 중단을 그래로 글리세이딩으로 내려와 하단까지 하강 완료하니 이제 살았다라는 느낌이 든다.

 석훈이와 자일을 정리하던 도중 홍덕이에게 전화가 온다. 지금 막 하강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빨리 하산해야 돼서 이만 전화를 끊자고 했다. 이때가 00시 30분 경이었다. 내려오는 도중 석훈이가 양말을 갈아신는 동안에 비브람 안의 양말이 얼어서 비브람과 떨어지지 않는 사태도 발생했다. 그리고 30분이면 내려오던 하산길을 1시간 30분이나 걸려 내려왔다. 토왕골에 거세게 부는 바람이 쌓여 있던 눈을 위로 날려 보낸 까닭에 지형이 크게 달라져 있었던 것이다. 내려오는 도중에도 석훈이는 자꾸만 쳐졌다. 나중에 석훈 왈 하산 도중 환각도 보이고 중간중간 잠까지 잤다고 했다. 켄싱턴 호텔앞에서 택시를 타기까지 장장 24시간이나 토왕골에 있었고 벌써 이틀째 잠을 한숨도 못자고 등반을 하고 내려온 것이다. 콜택시를 타고 내려와 민박집에 도착하니 뭔가 꿈을 꾼듯 이상한 느낌이 든다. 석훈이의 발을 확인하니 시꺼멓게 발가락 부분이 멍든것 처럼 동상에 걸려 있었다. 우선은 따뜻한 물에 발을 녹이고 발가락 상태를 보니 다시 조금씩 돌아오는 기미가 보인다. 자세한건 나중에 병원에 가서 알아봐야 하겠지만 그래도 다행히 잘라낼 정도로 심한 동상은 아닌 것 같다. 그냥 자려는 석훈이를 일으켜 세워 라면으로 배고픔을 달래고 고요히 잠에 빠져 든다.


이상세: 경렬아 수고 했는디,,,   넘   읽기 힘들다..    문장좀 나눠주라.  -[02/14-00:55]-
이수형: 많이 고생했다.  -[02/14-12:48]-

01차경렬: 너무 두서없이 써서 문단을 나누긴 했는데 그래도 보기 힘들 것 같네요^^ 첨부파일에 운행기록을 표로 간단히 올렸는데 그건 보시기 편할 겁니다.  -[02/14-14:32]-
김종민: 경렬,석훈  고생 많았다. 동상치료 잘하기 바란다. 잘못 하면 두고두고 고생이다.나도 광주보병학교까지 붕대감고 간 기억이 있는데 고생 좀 한다.  -[02/14-16:26]-
변영성: 경렬아 수고했다. 다음에 얼굴한번 보자..^^  -[02/14-20:47]-
정무교: 고생 많았다. 그리고 석훈이 발은 어떤지 현재 상황을 함 올려라. 까맣게 변한 정도면 심한 동상인 듯 싶은데....  -[02/15-16:20]-
성인석: 열정과 고생한 흔적이 곳곳에 배여있네요. 고생 많았고 등반전날 물에 빠진 모습에 다음 어떻게 했는지가 참으로 흥미진진 했네. ^^  -[02/15-17:34]-
한인석: 아주 수고 많았다.  동상 치료가 잘 되길 바란다.    -[02/16-09:17]-
홍석훈: 아...제 발은 거의 다 나았습니다...감사합니닷..  -[02/16-09:33]-
홍석훈: 제가 또 회복력이 빠르잖습니까..하하..^^;;  -[02/16-11:23]-
94'김선경: 네글을 보니 다시 한번 토왕폭을 등반하고 싶구낭.....속에서 열정이 부글부글 끓는데......^^  -[02/16-12:24]-
94'김선경: 아주 재밌었겠어.......고생을 해야 더 기억에 남고 잼있지.....후후  -[02/16-12:25]-
변영성: 제가 써포트는 할수 있을것 같은데^^.. 인생은 기니깐..^^ 생각한번 해봐요..선경 brother  -[02/16-12:57]-
94'김선경: 올해는 지나갔고, 내년에 해보자......운동많이 해둬라 영성아......서울에선 95'들과 암장다니면서 지방을 불태우고 있다...내년에 5.11클라이밍팀 출범하려한다.....^^   -[02/16-16:09]-
김일홍: 경렬이 석훈이 멋있다.~ ^^; 댓글 달면서 등반준비할려는 형들도 부럽습니다.~  -[02/17-01:19]-
정무교: 토왕폭 등반기 리플에 '젊은 엉아들' 많이 보이네?  늘 관심 갖고 있다는 이야기? ㅎㅎ  자주 리플도 달고, 글도 올리고 사진도 올려라. 여전히 열정이 살아 있다는 걸 보여줘~~~~~  -[02/21-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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