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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세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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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09-06-22 (월) 00: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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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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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IP: 121.xxx.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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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따뜻한게 좋은데
5월 23일 토요일
지난 18일 이후에 애타도록 날씨가 좋아지기만을 기다렸지만 헤드월 위로 머무는 구름은 가실 줄 모르더니 오늘 상태가 조금 좋아졌다. 이곳의 일기 예보로는 내일과 모래 이틀간 바람이 약하게 (15에서 25마일) 불고 약간의 구름이 있을 것이란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날씨가 더 나빠진단다. 우리한테는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릴 더 이상의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그래서 약간의 날씨가 좋아지는 이틀 동안 정상을 오르는 시도를 하기 위해서 오늘 하이캠프로 이동을 한다.
먼저 진호와 인석이 형이 한조를 이루고 나와 종민이 선경이 혜란이 은혜가 전체로 묶여서 등반을 하기로 했고 문종팔 선배님과 김정원 단장님은 베이스를 지키기로 했다.
아침 일찍 우리는 두 분의 전송을 받으며 하이캠프로 향한다.
진호와 인석이 형이 조금 앞서 출발을 하고 나머지도 출발을 한다. 모두들 지난 번 보다는 오르는 속도가 빠르다. 헤드월 까지는 표고 차 600미터, 상단 부에는 12마디의 고정 로프가 설치 되어있다. 그러나 어택에 개인 침낭, 텐트, 3일치 식량, 연료 등을 넣고 고정로프를 오르기에는 만만치가 않다. 헤드월에 올라서 지난번에 묻어두었던 연료 한통과 약간의 식량등을 더 하니 짐이 만만치가 않다. 고민 하던 차에 하이 캠프에 미리 짐을 올려놓은 진호가 텐트를 나눠진다.
헤드월 부터는 날카로운 릿지이다. 좌측으로는 간간히 베이스인 멕킨리 씨티가 모습을 보이고 우측으로는 데날리 패스부터 이어지는 빙하가 그 대로 보인다. 고도감은 절정을 이루지만 날 궂이를 하면 아주 위험해지는 루트이다.
우리는 아주 천천히 여유?롭게 5200미터인 하이캠프에 도착을 한다.
역시 하이캠프는 바람이 불고 무척 춥다. 우리는 먼저 지난번 진호와 인석이형이 묻어 놓고 내려온 텐트 등을 찾아서 자리를 잡고 텐트를 조립하고 . 그 옆으로 텐트를 설치할 외곽에 먼저 눈 블록을 만들어서 쌓고 우리가 가지고 올라온 텐트를 조립하고 텐트를 설치한다. 모두들 바쁘게 움직인다. 그런데 텐트가 자리를 잡으려는 순간 강한 바람이 텐트를 들어 올린다. 추운 온도로 모두 벙어리장갑을 끼고 있고 고소로 인하여 동작이 민첩하지 못한 관계로 잠시 순간 우리들 사이에 있던 텐트는 하늘로 올라가고 바로 시야에서 베이스 쪽으로 사라져 간다. 뒤늦게 로프를 들고 쫓아가보지만 텐트는 베이스를 향해서 아주 천천히 사라져 간다.
“쟤가 우리랑 같이 내려가야지 왜 먼저 가냐 ? ”
원망을 해보지만 우리는 당장 오늘 잠자리를 걱정해야 한다.
아니면 내려가야 한다.
밤에 영하 40도 가까이 내려가는 이곳에서의 비박은 너무 위험부담이 크다.(이곳에서 자다가 손가락 자른 사람 정말로 많다)
고민 하면 뭐하나
일단 베이스에 연락하고, 먼저 올라온 전남대 팀과 여수 팀을 찾고 나머지 인원은 텐트를 보호하기위해 만들었던 눈 블록을 좁게 쌓고 텐트와 함께 가지 안고 남은 텐트 플라이를 덮어서 위급상황은 면 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한다.
간신히 두 명은 잘 수 있겠다.
그사이에 진호가 와서 전한다. 다른 팀에 두 명은 잘 공간이 있다고 그 팀들은 식량이 부족하니 우리와 조금 나누고 고통분담을 해주겠다고,,,
한참의 의논 끝에 위험부담을 안고 응급설동에서 자는 것 보다. 인석이형과 선경이가 파견을 나가고 우리 3인용 텐트에 5명이 자고 짐은 응급 설동에 두기로 정한다.
3인용 텐트에 5명도 누우니 잠은 잘 수가 있다.
찢어진 텐트... 진호는 덩치도 커요...
5월 24일 일요일
오늘은 정상가는 날이다.
그런데 밖을 보니 구름속이다.
바람 불고 온통 하예서 고민이다.
다른 팀들도 눈치들 만 보고 있다.
결국은 우리 한국 팀이 먼저가기로 한다.
여수팀 전남대 팀이 출발하고 인석이형과 진호가 나간다.
나머지 인원도 열시가 넘어서야 출발을 한다. 시야는 좁고 바람이 불고 몹시 춥다. 벙어리 장갑에 휴대용 손난로가 있지만 그래도 손이 시리다. 하이캠프에서 데날리패스는 좌측으로 길게 사선으로 올라간다. 그렇지만 경사가 급하기 때문에 하산 시에 사고가 무척 많이 나는 곳이다. 처음에는 스노우 바를 설치해야 하는 가 했지만 국립공원에서 적당한 거리마다 고정물을 설치 해놓아서 우리는 안자일렌 로프를 통과시키면서 간다.
이곳에서 미끄러지면 헤드월 쪽으로 무척 빨리 갈수가 있다.
우리가 출발하고 나서 다른 팀들도 서너 팀 따라 붙는다.
오후 두시 경에 진호가 시야에서 사라진다. 속으로 시간 계산을 해본다. 가끔 사면을 통해서 휘청거릴 정도의 바람은 불고 약간의 눈발이 날리지만 뒷조가 세시 경에 데날리패스를 통과하면 늦어도 밤 10시에는 돌아올 수 있을 거 같다.
종민, 선경, 혜란, 은혜 모두 잘 따라오고 있다.
어느덧 데날리패스다.
그런데 바람과 눈발이 심상치 않다. 앞에 모두들 웅크리고 모여 있다.
바람이 심하단다. 도대체 얼마나 부는데 하고 패스를 돌아서자 사면이 바뀌는 순간 온몸이 얼어붙는 거 같다. 북극의 차가운 기운이 머리를 강타한다. 이곳은 돌아서면 이백여 미터를 급한 경사로 능선을 따라서 올라가야 하는데 십분도 못 견디고 절단날거 같다.
의논 끝에 내일 하루 더 기회를 보기로 하고 철수하기로 한다.
.
베이스에서는 좋은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계시지만
내일을 기약하고 후퇴한다고 보고한다.
우리가 돌아 내려오는 것을 보고 모두들 돌아선다.
결국 아무도 정상을 다녀오지 못했다.
모두 모여서 상태 점검과 함께 어떻게 등반할지 의논을 한다.
한인석 ; 상태 양호
이상세 ; 상태 양호 한거 같음
김종민 ; 약간 양호 그런데 내일 싱가폴을 향해서 내려가야 함
석진호 ; 약간 덜 양호, 그동안 너무 부려 먹은거 같음
김선경 ; 양호한 거 같지 않은데 양호하다고 주장
이혜란 ; 상태는 양호한데 혼자 두기에는 불안함
손은혜 ; 안 양호 ( 위급하지는 않고 내일 내려 보내야 함)
결국은
한인석, 이상세 한조
석진호, 김선경, 이혜란 한조
김종민, 손은혜 베이스로 향하는 것으로 정한다.
아쉽다.
5월 25일 월요일
네 시에 눈이 떠진다. 얼른 밖을 내다보니 앞의 봉우리가 보인다. 일단은 날씨가 긍정적이다. 그러나 너무 춥다. 햇살이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일곱 시, 조금 더 기다린다. 어제와 같아졌다 개스가 앞을 가린다.
아홉 시, 밖을 보니 . 이제는 가야한다. 느낌에 어제보다는 개스도 덜 짙고 온도도 덜 추운 거 같다. 종민이의 작별인사를 뒤로하고 인석이 형과 출발을 한다.
진호야 빨리 따라와!
역시 전날보다는 날씨가 약간 좋다. 그리고 어제 왔었다고 걷는 속도가 약간 빠르다.
앞에 가는 팀에 양해를 구하고 앞서간다. 저 멀리 상업대로 보이는 팀이 여러 명 오르고 있다. 12시에 데날리패스에 도착을 한다.
오늘은 망설임 없이 패스를 돌아서 나아간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어제의 추위와 바람에 장갑도 제일 두꺼운 것으로 이중으로 감싸고 안면도 버프, 얇은 바라클라바, 두꺼운 바라클라바, 안면 마스크까지 사중으로 가렸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 록 고통스러워 진다.
삼중화에 가려진 발은 신발과 발이 따로 노는 거 같고, 피켈을 쥔 손은 휴대용 손난로 덕분에 네 손가락은 괜찮지만 엄지손가락은 떨어져 나가는 거 같다. 갖은 방법을 다 사용해서 쉴 새 없이 꼼지락 거린다. 안면은 턱에 차오르는 숨가쁨으로 벗을 수도 없고 고통스럽다.
간식과 물을 먹은 지도 오래 되었다.
속으로는 무언가 지속적으로 먹어야 덜 지치는데,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지는데 하고 생각하지만 무언가 할 엄두가 안 난다.
데날리패스를 지난지도 한 시간 정도가 흘렀다. 위를 본다. 어느 정도 더 가야 바람이 줄어들까? 바람이 줄어들어야 하는데, 인석이형을 보니 얼어서 얼굴이 하얗게 변해있다.
“형 뭐 좀 먹고 가야겠어요.”
“조금 더 가서 쉬자”
천천히 올라가며 조금이라도 바람이 덜 불만한 곳을 찾아보지만 수많은 세월동안 바람에 다져진 이곳에 쉴 만한 곳이 있을 리가 없다. 그래도 마음으로나마 바람이 덜 부는 곳이라 여겨지는 곳에서 배낭을 벗는다. 애타게 기다리고 계실 형들을 위해서 무전기를 꺼내보지만 사면을 돌아서 있어서인지 반응이 없다.
장갑 낀 손으로 부지런히 입속으로 주워 넣는다. 바라클라바로 가린 얼굴은 물 먹을 때와 간식을 먹을 때에는 번거롭고 고통스럽다. 감히 장갑을 벗을 수 없는 관계로 일단 한번 벗겨 내리면 원위치가 안 된다.
그래도 먹자.
얼마 먹지도 못했는데 얼굴, 손이 빨리 닫으라고 아우성이다.
고소에서는 모든 것이 굼뜨다. 부지런히 움직였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은 금방 지나가고 체온은 더 빨리 식어 내린다. 그렇다고 빨리 움직여서 체온을 덥히지도 못한다. 단지 간신히 버티고 있을 뿐이다.
Archdeacon's tower을 지나니 바람이 잦아든다. 조금 더 가니 정말 운동장 같은 풋볼 필드이다. 이곳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낭을 벗어놓고 정상을 향한다. 벗어놓은 배낭을 보자 나도 배낭을 벗어 던진다. 날아 갈 거 같다. 얇은 배낭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왜 어택을 메고 왔는지. 저 배낭에는 분명히 쓸데없는 물건이 잔뜩 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
서너 발자국을 가다가 다시 돌아 선다.
생각해보니 배낭 안에는 깃발도 있고, 배낭을 벗어버리면 물이나 카메라 둘 중에 하나만 선택을 해야 한다. 힘 좋은 진호가 따라와야 하는데 하고 궁시렁 대면서 다시 배낭을 짊어진다.
풋볼필드와 마지막 사면이 만나는 지점에 이르자 남녀 한 쌍이 싱글벙글 대면서 우리를 반갑게 대한다. 하도 신기해서 영어를 잘하는 인석이 형한테 물어본다. “형 저 친구들은 정상을 다녀온 모양이지요? ”. “아니야 저 사람들은 정상 안간데 여기서 내려간데” 갑자기 존경스러워지려고 한다.
아! 나는 언제나 욕심이 없어질까.
마지막 사면은 멀고도 멀다. 갈지자로 길게 꾸불대면서 올라간다. 춥고 바람 때문에 제대로 먹지를 못해서 이미 뱃속은 텅텅 비어서 배고프고 목마르고 그래서 기운도 없다. 단지 휘적휘적 미끄러지지 않을 정도만 다리에 힘을 주고 올라간다. 그래도 쉬지 않고 천천히 올라가다보면 다 올라가진다.
나에게 여러 가지 최면을 걸면서 올라가던 순간 시야가 확 트인다.
보인다. 저게 뭐야!
순간 숨이 턱 막혀온다.
지나간 젊은 날을 어쩔 줄 몰라 하며 상사의 병에 시달리게 만들었던 저거!
흐려져 가시는 의식 속에서
모두모인 형제들이
상세 또 산에 간데요 이제 그만가라고 하세요하니까.
네팔나라?
아니야 무사히 돌아오기만 하면 돼 라고 해주시던 어머니 앞에서도
차마 이곳에 온다고는 말을 하지 못한 것은
저 모습을 보고 싶었던 욕심 때문인 것을.
미친놈처럼 이별의 아픈 감정도 억누르고 태연한척 한 것을.
이제는 저 곳으로 뛰어들 용기도 없으면서
그저 보고만 싶은 감정에 휘둘렸어
그래서 가슴에 더 큰 상처를 남기고서도
애써 외면하려하는 바보가 되고.
캐신릿지가 눈에 팍 박힌다.
그 모습에 애써 시선을 돌린다.
이제
무전기를 다시 꺼낸다.
직선거리에 가까워서 인지 베이스와 교신이 된다.
얼른 사진 찍고 내려오라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정상으로 향한 칼날능선을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그래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정신 차리고.
정상에 오르니 인석이형이 다가와서 안아준다.
아마 전생에 우리는 지독히 미워하는 사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전생에 지독히 미워하던 사이의 사람들이 많은 것도 괜찮은 건가?
그래도 이제는 자꾸 내 마음을 건드리는 사람들이 밉다
여전히 인석이형은 데날리 정상에서도 인기가 좋다
올라오는 외국인 마다 인석이형한테 도장을 찍고 간다.
눈 도장, 뽀뽀 도장, 포옹도장 등등
이제는
안녕
내 사랑
데날리
당신은 너무
차가와서
안녕 할라우
나는
따뜻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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